금융당국, 자금경색 대응위해 금융사 해외채권 발행 확대 추진

입력 2022-10-30 05:31
금융당국, 자금경색 대응위해 금융사 해외채권 발행 확대 추진

CP 등 자금시장 일일 점검…총량 관리에서 종목별 관리로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오주현 기자 = 최근 국내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이 우려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인 자금난 해결에 나선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한 우량채 매입, 정책금융을 통한 비우량채 매입,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활성화에 이어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까지 열어주면서 문제를 조기에 진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사들과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게 좋다"면서 "시장 안정 효과도 있어 금융회사들과 논의할 때 자율적으로 해외로 나가 조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6일 일본에서 200억엔(한화 1천93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0~1%대의 금리로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의 조달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 시장을 주목해 현지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고금리 채권을 대거 발행해 시중 자금을 흡수해온 한전채의 해외 발행이 유도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캐피탈처럼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도 대안 중에 하나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이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발행을 자제시켜왔다. 하지만 국내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자 환 헤지를 하면 해외채권 발행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발행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 대형 여신전문업체들이 저렴한 조달 비용 때문에 해외 자금 조달을 희망하지만 외화 부채나 전체적인 외화 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제약이 있었다"면서 "해외에서 조달한 뒤 원화로 운영해 환 위험에 노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 캐피털사 등이 해외채권으로 들어오는 전액을 환헤지하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좋은 효과가 생긴다"면서 "여신전문업체들이 항상 하고 싶어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의 매입 채권에 대한 총량 관리에서 종목별 점검으로 바꿔 매일 시장을 점검하는 등 단기 자금 시장에 대한 현미경식 관리에 나섰다.

이는 현재 단기 자금 시장의 상황이 일부 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돈맥경화'로 번지는 경향이 있어 채권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개별 종목에 대해 '핀셋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모든 자금 시장의 분야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면서 "증권사나 은행, 채권, CP 시장 등을 매일 밀착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외채 발행 허용과 자금 시장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과 더불어 내주 중에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을 개시하고 산업은행을 통한 증권사 CP 2조원 매입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자금 투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자금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고 이런 각종 지원을 통해 확실히 불을 끌 것"이라면서 "위기를 함께 돌파하려는 금융권의 인식과 공동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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