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푸틴 '한-러관계 파탄' 경고, 부적절한 위협이다

입력 2022-10-28 16:14
[연합시론] 푸틴 '한-러관계 파탄' 경고, 부적절한 위협이다





(서울=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국을 향해 이례적인 경고를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외신 등 보도에 근거하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발언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나왔다. 이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상황과 국제 정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그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에 한정돼 있다. 푸틴의 발언이 나오게 된 의도나 경위가 궁금해진다. 우크라 지원 문제에 대한 사전 경고 차원 아니냐는 해석 등을 낳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황이나 국제 질서의 재편 조짐 등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한국을 겨냥한 부적절한 위협성 발언으로 비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정세의 변화 양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엄중해지는 모양새다. 푸틴은 회의를 통해 중국과 인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북한의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돌연 입장을 바꾸고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을 문제 삼았다. 국제 사회의 재편 움직임 속에 조금이라도 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의 일환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푸틴의 발언과 관련해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안보 질서의 판도 변화에 더욱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국제 사회와의 치밀한 공조와 정교한 외교적 대응이 절실해진다.

냉엄한 국제 사회 질서의 변화상은 한반도 정세와 연관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미 국가안보전략(NSS) 후속 문서로 꼽히는 국방전략서(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를 공개했다. 미 국방부는 이들 문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을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특히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본토를 비롯해 한국 등 핵심 동맹에 상존하는 위협으로 명시됐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고를 이들 문서에 담았다. 북한이 최근 7차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은 이미 제기돼 온 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북한은 우리 군의 '2022 호국훈련' 마지막 날인 28일 정오를 전후해 동해상으로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4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한반도가 극한 대결의 장으로만 치닫는 게 아닌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국제 안보 질서에 대한 위협 요인을 면밀하게 간파하고 실효적인 억제력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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