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첫 행보로 광주 협력사 택한 이유는
'뉴삼성' 한 축으로 미래 동행…"상생은 성장전략 관점서 접근해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8일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로 광주 지역에 위치한 협력회사 방문을 택한 것은 평소 지론인 '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사회 의결 이후에도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재판에 출석했을 정도로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데다 삼성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CSR)을 더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전날에도 오전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뉴삼성'의 한 축으로 늘 동행을 강조해 왔다.
상생이 중소기업에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생존전략이자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이날 28년간 삼성전자와 거래해 온 협력회사 디케이(DK)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고 말했다.
이전에 한 회의 석상에서는 "상생은 비용이 아니라 성장전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원자재 가격이나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단가에 반영해 줘야 중소기업이 혁신을 할 수 있고, 그 혁신이 바로 우리 미래 경쟁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도 강조해 왔다.
작년 평택 파운드리라인 설비 반입식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고, 올해 6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비록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 생태계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1차 협력회사는 700여 곳에 달하며 협력회사 직원은 37만명, 거래 규모는 연간 31조원에 달한다.
디케이를 포함해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에 속한 209곳만 놓고 보면 작년 매출 총합은 약 70조원, 고용 인원은 29만2천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연결 기준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은 동우화인켐, 에스에프에이[056190], 파트론[091700] 등 16곳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04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회사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2010년부터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2018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협력회사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는 우수기술설명회, 상생협력아카데미 등도 진행 중이다.
또 2015년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을 시작, 중소·중견기업에 제조 현장 혁신과 공장 운영 시스템 구축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작년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곳만 총 2천800여곳이며, 올해 지원받을 업체까지 포함하면 3천곳이 넘을 전망이다.
이밖에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1조5천억원을 출연한 연구 지원 공익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도 대표적인 삼성의 '상생' 노력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는 그 자체가 메시지"라며 "'우리 사회와의 동행'에 대한 실천 의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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