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고물가·엔저에도 초저금리 유지…"임금 더 올라야"(종합2보)
금융정책결정회의서 결정…"필요하면 주저 없이 추가 금융완화"
올해 물가상승률 2.3%→2.9% 상향·GDP 성장률 2.4%→2.0% 하향조정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은행은 고물가와 엔화 약세에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2% 물가 상승이라는 목표 실현을 향해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가 전했다.
그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 중인 경제를 확실히 지지하고, 임금 상승을 동반한 안정적 물가 상승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버블) 경제'가 붕괴한 뒤 임금도 물가도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구로다 총재는 임금 상승률 3%를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물가도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올해 2월 이후 8개월 동안 25% 이상 급락했다.
미일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달러당 151엔대까지 올랐다가 일본 당국의 개입 영향 등으로 하락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46∼14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로다 총재는 "최근의 엔저(엔화 가치 하락)는 급속하고 일방적이어서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당분간은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엔화 가치 급락에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쳐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도쿄 23구(區)의 10월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3.4% 올라 소비세율 인상 영향을 제외하면 1982년 6월(3.4%) 이후 4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9월 전국 소비자물가도 작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소비세율 인상 영향을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수입품의 가격이 오른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하면서 "내년에는 해외에서 비용을 올리는 압력이 쇠퇴해 상승 폭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과 2024년 물가 상승률은 모두 1.6%로 예상했다.
엔화 약세와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다.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적자는 11조75억 엔(약 106조원)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일본은행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과 2024년 GDP 성장률은 각각 1.9%, 1.5%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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