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민연금 등 기관에 환매 자제·P-CBO 매입 요청(종합)
'큰 손' 10여곳 대상 간담회…시장영향 고려해 분산 매각 주문
국민연금은 "내부 지침과 규정대로 투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오주현 기자 =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추종 매매나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관들의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과도한 자금 이탈이 있을 경우 시장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자금 동향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민연금 등 1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토지주택공사 등 대표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모였다.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 보험권에서는 삼성생명[032830]이 참석했다.
회의는 지난 26일 긴급 소집돼 하루 만에 열린 만큼 영상으로 진행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한 자산운용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향후 과도한 추종 매매나 평소 이상의 대규모 환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들끼리 '어디가 자금을 뺀다더라' 이야기에 유동성을 서로 확보해 놓으려고 할 경우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당국이 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채권 매각과 펀드 환매가 필요한 경우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시기를 분산해달라는 주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MMF 등 단기자금 시장에서의 환매 자제를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MMF 시장에서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매일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다만 지난 25일에는 3천300억, 26일에는 5천400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금융당국은 현재 MMF 시장에 큰 이상징후가 없지만, 기관들의 추후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환매 규모가 커질 경우 단기자금 시장의 추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MMF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날 경우 펀드에 편입된 CP 등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다시 한번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는 정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일환인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P-CBO는 본질적으로 중소기업 회사채지만 신보 보증으로 안정성이 최고 수준에 이르는데도, 최근 시장 경색으로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전날 신보의 P-CBO 5천432억원 중 약 1천400억원이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금융위의 매입 확대 요청에 '내부 지침과 규정에 따라 P-CBO에 투자하고 있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참가자들의 자체적 노력과 역할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캐피털 콜'(펀드 자금 요청)에 신속히 응하고 시중 자금의 '블랙홀'로 지적된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한 상태다.
증권업계도 유동성 경색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는 업계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물량을 업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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