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아동 급성 신장질환 증가일로…157명 사망
환자 27개주 269명으로 늘어…73명 치료 중
싱가포르·일본 등에서 해독제 구매해 대응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급성 신장질환으로 사망한 아동의 수가 157명으로 늘어났다고 안타라 통신 등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인도네시아 보건부를 인용해 올들어 27개 주에서 269명의 아동 급성 신장질환 사례가 발견됐다며 이 중 사망자 수는 157명이라고 전했다.
또 73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39명은 완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보건부는 관련 환자가 대부분 5세 이하라며 지난 19일 액체 또는 시럽 형태의 약품 처방과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새로운 환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 중인 환자를 위해 각국에서 급성 신장 손상 치료용 해독제 포메피졸을 들여오고 있다고 밝혔다. 포메피졸은 메탄올과 에틸렌글리콜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약이다.
현재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각각 26병, 16병이 수입된 데 이어 추가로 일본에서 200병, 싱가포르에서 70병을 구입해 조만간 인도네시아로 들어올 예정이다.
모함마드 시야릴 보건부 대변인은 "이 약을 복용 중인 환자 11명 중 10명이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며 "해독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이제 소변을 볼 수 있고 에틸렌글리콜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시럽 형태의 의약품을 복용한 뒤 급성 신장질환이 발생하는 아동이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 피해 아동들이 복용한 시럽에서 안전 제한치를 초과한 에틸렌글리콜, 디에틸렌글리콜, 에틸렌글리콜 부틸에테르 등이 발견됐다며 이로 인해 급성 신장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디에틸렌글리콜 등은 일반적으로 부동액, 브레이크 오일 등 산업용으로 사용되며 감기약 성분의 값싼 대용품으로도 활용된다.
인도네시아 언론에서는 현지 의약품 원료 대부분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번 일이 인도에서 만들어진 오염된 의약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아동과 유사한 급성 신장질환으로 어린이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사건이 인도에서 만들어진 오염된 의약품과 관련이 있다며 해당 시럽에는 디에틸렌 글리콜 등이 허용치 이상으로 많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인도 보건 당국도 이와 관련해 해당 약을 만든 메이든 제약사 공장을 점검해 제조 과정에서 12건의 규정 위반을 발견했다며 공장 가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인도 제약사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을 만드는 제약회사 두 곳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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