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반대' 푸틴 정치스승 딸, 러 경찰 급습 피해 해외로
러 유명 사교계 인사·미디어그룹 운영자, 금품갈취 사건 연루 혐의
"러 정부, 전쟁 비판 기사에 압박 시도" 주장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러시아 방송인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 스승의 딸인 크세니야 솝차크(40)가 경찰 체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일이 벌어지자 러시아 정계가 충격에 빠졌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RT 방송 등을 인용해 이날 러시아 경찰이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솝차크의 집을 급습했지만, 솝차크는 이미 전날 밤 벨라루스를 경유해 리투아니아로 떠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리투아니아 국경관리국 직원은 AFP에 솝차크가 입국 당시 이스라엘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솝차크는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포함해 다수의 소셜미디어(SNS)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종합 미디어 그룹 '어텐션 미디어'의 대표다.
이날 그가 운영하는 어텐션 미디어의 광고국장인 키릴 수하노프가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체메조프에게 1천100만 루블(약 2억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다.
타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수사당국이 솝차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티베르 지방법원은 수하노프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 요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정보를 SNS에 공개하겠다며 푸틴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체메조프를 협박해 거액을 챙겼다며 수하노프를 올해 12월 24일까지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수하노프는 법정에서 80만 루블(약 1천84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솝차크는 이번 경찰 수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한 어텐션 미디어를 압박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에서 마지막으로 자유 언론인 나의 편집팀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마르코프 정치평론가는 솝차크에 대한 급습은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에게 모든 것이 백지화됐다는 신호를 줬다고 논평했다.
그는 "그들이 푸틴의 (정치적) 후원자 딸을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은 더는 건드릴지 못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라며 "일부 엘리트들에게 솝차크에 대한 체포 영장은 하늘에 불길이 타오르는 징조"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교계 명사이자 방송인인 솝차크는 2011∼2012년에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18년에는 러시아 여성 최초로 대통령 선거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시 재선을 노리던 푸틴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아나톨리 솝차크는 1991∼1996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을 지냈으며, 푸틴 대통령의 정치 스승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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