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컨트롤타워 문제 어떻게 풀까…'회장 이재용' 과제는

입력 2022-10-27 10:39
수정 2022-10-27 18:20
지배구조·컨트롤타워 문제 어떻게 풀까…'회장 이재용' 과제는

초격차 확보·신사업 발굴 급해…과거 이미지 걷는 변화도 불가피

거버넌스 약점 보완 위해 지주사 포함 여러 로드맵 고려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공식 회장 타이틀'을 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만만찮은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초격차 기술력으로 경영성적표 반등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일도 급하다. 아울러 그동안 분식회계, 편법승계 등으로 어두웠던 과거 이미지를 걷어내는 것 또한 선결할 과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행보를 지속해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의 경영체제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 '4세 경영 포기' 선언…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관심

그동안 삼성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2020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이는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를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해 이사회에 의한 최고 경영자 선임 방식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지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유명하다.

전문 경영인들에게 각 자회사의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일임하고, 지주회사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또 지주사 인베스터는 발렌베리 재단이 지배한다.



◇ '삼성생명→삼성전자' 약한 고리 어떻게 보완할지 관건

삼성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정립될지도 관심이다.

앞서 2년 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032830] 3개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줬으며,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런 지배구조에는 약점도 없지 않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더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소유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0조원 이상의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한 지배구조가 무너지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보험업법 취지에 맞춰 출자 구조 개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으로 이뤄진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안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삼성물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자사주 활용이 가능하고 지주회사 전환과 금산분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 제기…일각선 과거회귀 비판도

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의 콘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이런 구조로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과거 미전실 시절에는 각 계열사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이 회사의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우선은 컨트롤타워 자체가 법적인 지위를 부여받은 바가 없다"며 "특정 회사의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컨트롤타워를 통해 전체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적 요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삼성의 숙제란 것이다.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시대 이후의 새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중대한 과제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등 일부 진전도 있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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