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친중 솔로몬제도에 '빚 못 갚을 수도' 경고

입력 2022-10-26 15:37
세계은행, 친중 솔로몬제도에 '빚 못 갚을 수도' 경고

"과세체계·공공지출 손 안보면 국가채무 불감당"

GDP 대비 35% 부채에도 화웨이 통신망 등 인프라 확장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세계은행(WB)이 친중 노선을 이어가고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를 향해 재정 개혁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솔로몬제도가 세금 체계나 공공 지출 등 재정을 손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가 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솔로몬제도의 경제를 지탱하는 벌목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정부가 대규모 공공 투자 프로그램이나 기반 시설 건축 등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설명이다.

실제 솔로몬제도는 내년 11월 태평양 도서 국가 스포츠 경기 '퍼시픽 게임'을 유치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교통, 스포츠 시설, 재생 에너지, 통신, 물, 보건 등 각종 기반 시설 구축에 많은 돈을 투입했다.

특히 8월에는 중국 수출입 은행에서 6천600만 달러(약 940억원)를 빌려 자국에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이동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하기도 했다.

퍼시픽 게임 개최 전 이동 통신망 기반 시설 설치율을 최소 48%까지 달성하기 위해 화웨이의 이동 통신 기지국 161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은행은 솔로몬제도의 이 같은 지출이 국가 발전을 목표로 이뤄지지만 양허성 차관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이대로라면 솔로몬제도의 공공부채 비율이 202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이번 경고는 솔로몬제도가 최근 친중 행보를 강화해나가는 와중 나왔다.

이 국가는 4월 태평양 도서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과 주변국 호주 등 서방은 솔로몬제도에 치안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지난달에는 사상 첫 미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1944년 미국 주도로 저개발국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은 서방국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기구다.

맥키니 덴타나 솔로몬제도 재무부 사무차관은 성명을 내고 세계은행의 이번 보고서가 솔로몬제도와의 긴밀한 협업 하에 작성됐으며 국가 소득원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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