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손가락', 당뇨병 징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특정 손가락을 움직일 때 '딸깍' 소리가 나는 이른바 '방아쇠 손가락"(trigger finger)이 당뇨병의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아쇠 손가락'이란 손가락의 과도한 사용으로 손가락 힘줄을 감싸고 있는 막이 붓거나 결절이 형성돼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펴기가 힘들어지는 증상이다. 손가락을 굽히고 펼 때 '딸깍'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방아쇠 손가락이라고 불린다. 오래 방치할 경우 신경이 손상돼 손가락 운동 범위가 제한된다. 약지와 엄지에 흔히 나타난다.
스웨덴 룬드(Lund) 대학 의대 수부 외과(hand surgery) 연구팀(주저자: 마티아스 리드베리)이 전국 당뇨병 환자 등록부 등 두 가지 건강 데이터베이스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5일 보도했다.
전국적으로 '방아쇠 손가락' 발생률은 1~1.5%인데 당뇨병 환자는 10~15%로 10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방아쇠 손가락'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20% 이상이 당뇨병이 있거나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방아쇠 손가락' 발생률은 2형 당뇨병보다는 1형 당뇨병 환자가 더 높았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1형 당뇨병은 이와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1형 당뇨병이든 2형 당뇨병이든 그리고 남녀 환자 가릴 것 없이 고혈당이 '방아쇠 손가락' 위험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간의 혈당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가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당뇨병 남성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잘 관리되는 남성 환자보다 '방아쇠 손가락' 발생 위험이 5배 높았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이 결과는 당뇨병과 '방아쇠 손가락'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혈당이 손가락을 구부리는 굴곡 건(flexor tendon)과 굴곡 건의 결합조직막(connective tissue sheath)을 딱딱하게 만들어 굴곡 건을 꼼짝 못 하게 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당뇨병 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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