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보안당국, 러시아 간첩 혐의로 대학 방문연구원 체포
서류상 브라질 시민…최근 캐나다에서 군사·안보 석사 마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노르웨이의 대학에 객원강사로 일하던 군사·안보 분야 방문 연구원이 실제로는 신원을 위장하고 잠입한 러시아 간첩이라는 의혹으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30대 남성인 이 연구원이 2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트롬쇠 노르웨이 북극권 대학으로 출근하던 길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법원은 25일 이 연구원을 4주간 구금하도록 했다.
노르웨이 경찰청 보안국(PST)은 체포된 피의자가 서류상 브라질 시민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러시아인이며 신원을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이 피의자가 국익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판단하고 있으며, 조사를 마친 후 추방할 계획이다.
이번 체포는 여러 국가의 국제적 안보협력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NRK가 전한 노르웨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NRK는 헤드비그 모에 PST 부국장의 설명을 인용해 피의자가 '불법 요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정부와 무관한 것처럼 해 둔 채 활동하는 요원을 가리킨다.
이런 불법 요원은 사망한 사람의 신원 등 가짜 신원을 이용해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주요 기밀정보를 직접 빼내는 전통적인 간첩 활동보다는 요인 포섭이나 다른 간첩의 임무를 보조하는 일이 많다.
트롬쇠 대학 측은 NRK에 피의자는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군사·안보·전략 연구센터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돼 있으며, 작년 12월 대학에 무급 연구원으로 부임했다고 전했다.
무급 연구원은 재직하는 대학으로부터 정해진 봉급을 받지 않으며, 다른 외부기관의 연구비·생활비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자비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피의자가 어느 경우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피의자가 트롬쇠 대학에서 연구한 분야는 노르웨이의 북극권 정책과 하이브리드 위협이다. 그가 획득한 정보는 개별적으로 보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아닐 수도 있으나 러시아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PST는 AP통신에 설명했다.
트롬쇠 대학의 안보학 교수인 군힐드 호겐센 기외르브는 "그(피의자)가 작년 여름에 처음 연락을 해왔다"며 "우리는 그에 대해 다른 연구원들에 하는 것과 똑같이 평가했다. 그가 레퍼런스로 제시한 이들 중 한 명이 내가 매우 잘 아는 교수였다"고 설명했다.
기외르브 교수는 피의자에 대해 "아주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고 일도 잘했으며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라고 전하고,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변호인인 토마스 한센은 노르웨이 신문 VG에 의뢰인이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체포는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이 지난달 파괴된 사건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PST는 AP에 설명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노르웨이에서는 러시아 시민 여러 명이 체포됐다. 이 중에는 노르웨이 중부에서 촬영이 금지된 시설을 촬영하다가 적발된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있다. 이들은 이후 석방됐다.
러시아 시민들이 노르웨이 영공에서 드론을 날리다가 체포된 사례도 있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