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우리가 더 어른"·美 "지켜보겠다"…긴장 속 확전 자제

입력 2022-10-26 06:50
수정 2022-10-26 14:21
사우디 "우리가 더 어른"·美 "지켜보겠다"…긴장 속 확전 자제

사우디, 美 비축유 방출 지적하면서도 "다툼 불필요하며 극복 가능"

백악관, 사우디의 親우크라 행보에 "감산 상쇄 못하지만 주목할만"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 이후 긴장 관계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개석상에서 신경전을 이어가면서도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우디가 더 어른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난 '넌 우리 편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 듣는데 '우리는 사우디와 사우디 국민 편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사람들이 비상용 비축유를 고갈시키고 있다. 비축유의 원래 목적은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인데 시장을 왜곡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플러스가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를 결과적으로 돕는 감산 결정을 하자 전략비축유 물량을 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포럼에서 "양국 국민·기업 간 관계, 교육제도, 양국 기관의 협력을 보면 양국은 매우 긴밀하다"며 "우리는 최근 다툼이 불필요하며 극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백악관은 관계 재검토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관계 재검토 절차와 앞으로 사우디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두고 전략적으로 사고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의회 양당, 파트너 및 동맹, 그리고 사우디와 시간을 갖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감산 결정 뒤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시도를 규탄한 유엔 결의에 찬성하고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인도적 지원에 400만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를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감산을 상쇄하지는 못하지만 주목할만하며 우리는 사우디가 향후 몇 주간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검토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측의 발언이 유화적인 것 같다는 한 기자의 평가에는 사우디의 구체적인 발언에 반응하지 않겠다면서도 "내가 방금 말한 대로 우리는 사우디가 한 일부 행동을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우디가 향후 미국의 러시아 정책에 협조하는 등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관계 재검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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