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1주년 맞은 수단서 시민 수만명 반군부 행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쿠데타 1주년을 맞은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대대적인 반군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 1주년을 맞은 이 날 수도 하르툼과 인근 쌍둥이 도시 옴두르만 등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군부 구호를 외쳤다.
하르툼 남부에서 출발한 시위대는 대통령궁을 향해, 옴두르만에서 출발한 시위대는 하르툼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향해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타이어 등에 불을 붙여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군대는 병영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군부는 최루가스 등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하르툼 등에서 인터넷 접속도 끈긴 상태다.
수단에서는 2019년 민주화 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뒤, 군부와 야권이 주권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와 민정 이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지난해 10월 25일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권위원회를 해산하면서 민정 전환 절차는 전면 중단됐다.
군부 지도자들과 과거 반군부 시위를 주도했던 정치연대인 '자유와 변화 세력'(FFC)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야권 인사들과 시민들은 지속해서 반군부 시위를 벌여왔고, 군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조 공여국들이 쿠데타를 이유로 원조를 중단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웠던 수단의 경제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세금 인상에 항의하는 파업이 잇따르고 부족 간 분쟁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나라 전체에 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 알바시르 정권에 충성했던 이슬람주의자들은 속속 공직에 복귀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