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이자수익에 4대 금융지주 3분기 누적 이익 사상 최대
KB·신한·하나·우리금융 순이익, 3분기까지 14조원…신한, KB 제치고 1위
기준금리 인상에 순이자마진 상승세 덕분…부동산 PF발 부실 사전 대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의 이자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올해 3분기 누적 이익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 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이 커지는 등 이자 장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다만 부동산 침체에 따른 영향이 커지고 있어 각 금융그룹은 부동산 관련 여실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사전 대비에 나섰다.
◇ 4대 금융지주 이익 모두 사상 최대…3분기까지 14조원
25일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8천544억원에 달했다.
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4개 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금융[105560]이 3분기까지 역대 가장 많은 4조2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금융이 4조3천154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각각 2조8천494억원과 2조6천617억원으로 역시 새 기록을 썼다.
특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3분기까지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신한 4조193억원, 우리 2조5천879억원)을 뛰어넘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게 됐다.
◇ 금리 인상 지속에 "고맙다 이자수익"
4대 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여덟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00%까지 올려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도 뛰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대출금리보다 더디기 때문에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자이익(2조7천160억원)은 전 분기, 작년 3분기와 비교해 각각 2.7%와 17.8% 늘었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자이익(2조8천974억원)은 1년 전보다 19.4%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이자이익은 6조4천8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4천323억원)보다 19.4% 증가했고, 우리금융의 이자이익 역시 6조3천466억원에 달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만 높아져도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0.03∼0.05%포인트(p) 뛰고 이자 이익도 1천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분기 NIM을 살펴보면 KB금융과 KB국민은행의 NIM은 각각 1.98%와 1.76%로 올해 2분기(1.96%, 1.73%) 대비 0.02%p와 0.03%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의 NIM도 0.02%p와 0.05%p 오른 2.00%와 1.68%를 나타냈다.
하나금융의 3분기 NIM은 1.82%로 2분기(1.80%)보다 0.02%p 높아졌다. 하나은행의 3분기 NIM은 1.62%로, 전분기(1.59%)보다 0.03%p 올랐다.
우리금융의 3분기 NIM은 전분기(1.83%)보다 0.03%p 상승한 1.86%였다. 우리은행은 0.04%p 오른 1.62%였다.
◇ 신한, 3년 만에 KB 제치고 이익 1위 탈환할 듯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4조3천154억원)은 KB금융(4조279억원)보다 약 2천900억원 많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4분기에 큰 이변이 없는 한 2019년(신한금융 3조4천35억원·KB금융 3조3천118억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순이익 정상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과 작년에는 KB금융의 순이익(3조4천552억원·4조4천96억원)이 신한금융(3조4천146억원·4조193억원)에 앞섰다.
분기 기준으로도 신한금융 순이익이 지난 2분기에 1조3천204억원으로 KB금융(1조3천35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역전한 뒤 3분기(1조5천946억원)에도 KB금융(1조2천713억원)보다 많았다.
◇ 금융권, 부동산 PF발 부실은 '예의주시'
금융권은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의 기쁨을 누리는 한편으로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부실 여신 발생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 시장 경색이 수년간 몸집을 불려온 부동산 PF 시장으로 전이될 경우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각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는 기관별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와 부실 여신 규모, 대손충당급 적립 현황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리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인 정석영 부사장은 "그룹의 전체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1조8천억원 수준이며 이중 1조원은 은행쪽인데 전혀 부실이 없는 상태"라며 "캐피탈과 종금 쪽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고정이하로 분류된 것이 400억원 정도로 200억원 정도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부동산 가계대출과 관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를 기준으로 우량 차주 위주로 여신관리를 하는 만큼 시장이 상당히 악화하더라도 건전성이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승 하나금융그룹 CFO는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는 하나증권은 물론 하나금융의 어떤 자회사도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금융 관련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리스크 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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