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위축에 A등급 회사채 '천덕꾸러기' 전락…유통량 홀로 '뚝'
거래금액 한 달 전보다 80% 이상 급감
우량등급도 고수익도 아닌 애매한 입지…시장경색 국면서 '직격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홍유담 기자 =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유독 A등급 회사채의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상의 신용등급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에 속하지도 못하는 탓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갈 곳을 잃고 유통량이 급감하고 있다.
26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14∼20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체결된 거래 규모를 뜻하는 회사채 유통금액을 등급별로 볼 때 A등급은 705억원에 그쳤다.
이는 직전 주(지난 7∼13일)의 1천660억원과 비교해 57.5% 감소한 수준이다.
약 한 달 전(9월 16∼22일)과 비교하면 3천655억원에서 80.7% 급감한 규모다.
그새 강원도 레고랜드 ABCP 사태 발생으로 회사채 시장이 더욱 위축된 탓도 있지만 다른 등급과 비교할 때 이 같은 유통량 급감은 과도한 수준이다.
최고 등급인 AAA의 경우 한 달 전(9월 16∼22일) 유통 규모는 9천995억원에서 지난 14∼20일 1조2천286억원으로, 역시 우량등급에 속하는 AA등급 회사채도 같은 기간 1조5천601억원에서 2조7천63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비우량등급인 BBB급 회사채의 유통량도 이 기간 262억원에서 최근 30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BBB급 이하 정크본드는 19억원에서 20억원으로 유통량이 유지됐다.
최근 미매각률도 A등급이 다른 등급보다 높은 편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A등급 회사채의 미매각률은 58%로, AA등급 이상(5%)이나 BBB등급(9%)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았다.
이렇듯 다른 등급과 비교해 투자수요가 낮다 보니 결정 금리도 작년 3분기보다 31.4bp(1bp=0.01%포인트)나 급등해 자금조달 부담도 커졌다.
A등급의 소외 현상은 기본적으로 발행 규모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발행 규모가 커야 환금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규모 발행 회사채를 선호하지만 A등급은 다른 등급에 비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쳐 회사채 시장이 한껏 경색된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A등급 회사채의 인기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싱글A'(A등급) 이하가 실질적인 하이일드 채권인 셈"이라며 "이 등급 채권이 시장 상황에 따른 거래·가격상 민감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A등급이 대규모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고정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량등급은 신용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찾는 투자자가 많고 BBB급 이하 비우량 등급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데 A등급은 입지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분석 연구원은 "그나마 A등급 회사채 중 유통되던 건설사 회사채는 최근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 위험이 부각되며 아예 전멸된 수준"이라면서 "팔고 싶은 투자자는 많은데 사려는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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