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러 철수 난항…"사업 인수자 못찾아"

입력 2022-10-25 10:35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러 철수 난항…"사업 인수자 못찾아"

"계약 불이행 법적 책임도 문제"…러, 철수 서방 기업에 비판적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철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도 러시아 법인을 인수할 사업자를 찾지 못해 연말까지로 정했던 철수 시한을 지키기가 어려워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러시아 법인 SAP CIS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로 현지 사업이 어려워진 지난 7월 올해 말까지 철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말까지 1천250명에 달했던 러시아 법인 직원 수도 100명 이하로 감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SAP는 아직도 러시아 사업체를 인수할 마땅한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게다가 러시아 철수로 인한 법적 책임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SAP는 이미 러시아에서 데이터 센터를 폐쇄하고 클라우드 사업을 접었지만, 유지보수 사업에 대한 연간 계약은 유효한 상태다.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은 러시아 고객들에 대한 클라우드 사업 후속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

장기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철수할 경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SAP 대변인은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법적 문제는 철수 최종 단계에서 우리의 선택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SAP는 기업에 마케팅과 인사부터 물류 및 조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30년 이상 러시아에서 영업한 SAP의 고객에는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최대 민간은행 스베르방크, 거대 광업회사 노르니켈 등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금융·광업 기업들이 포함된다.

SAP 사례는 러시아 철수를 결정한 서방 기업들이 직면한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경우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수백 개의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힘든 철수 과정을 밟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들에 비판적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철수 서방 기업에 대해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우리의 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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