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피하자'…"中 최고 반도체장비업체, 美 관리와 회담 시작"
SCMP "베이팡화창, 미국 최신 규정 준수할 의향 시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중국 최고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나우라 테크놀로지)이 주중 미국 대사관 관리와 관련 회담을 시작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해당 사안을 잘 아는 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 주재 미국 무역 관리들이 지난주 베이팡화창의 베이징 본사에서 이 회사 경영진들과 회담을 시작했다.
다만 SCMP는 이와 관련해 베이핑화창은 확인을 거부했고, 주중 미 대사관으로부터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SCMP는 "해당 회담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 반도체 기업이 원치 않는 혼란이나 파산까지 초래할 수 있는 가혹한 무역 규제를 피하고자 미국의 최신 규정을 준수할 의향이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BIS는 또한 베이팡화창의 자회사 '베이징 나우라 자전기 테크놀로지'와 국영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 31개사를 수출 통제 우려 대상을 의미하는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에 올렸다.
미검증 명단은 미 당국이 통상적인 검사를 할 수 없어 최종 소비자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엄격한 수출 통제를 하는 대상을 말한다. 미검증명단에서 해제되려면 미국의 검사와 점검을 허용해야 한다.
베이팡화창은 해당 조치 발표 후 '베이징 나우라 자전기 테크놀로지'가 전체 연간 매출의 0.5%만 차지한다며 미국 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마 후 자국에서 일하는 미국 국적 엔지니어들에게 즉시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고 통보했다고 앞서 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새로운 규제 발표 후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이에 맞춘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YMTC는 지난 20일 밤 성명에서 "YMTC는 글로벌하고 시장에 기반하며 규범 준수 개념을 따르는 상업 법인"이라며 "우리는 항상 설립 이래 세계적으로 법 원칙과 규정 준수 경영을 고수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가 미국의 규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대책회의를 했다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부인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YMTC 등 업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YMTC는 "그러한 보도는 악의적 의도가 있으며 YMTC의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반도체 산업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YMTC의 이런 공개 반박은 미 정부의 추가 제재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에는 YMTC가 핵심 기술부서에서 근무하는 미국 임직원들에게 퇴사를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보도했다.
ASML, 램리서치, 애플 등 해외 기업들도 미국의 최신 규제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성분을 만드는 중국 제약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야오밍바이오)는 이달 초 BIS의 '미검증 명단'에서 해제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해당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 상무부 관리들이 장쑤성에 있는 자회사를 현장 실사한 후 자사가 '미검증 명단'에서 해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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