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샤리프공대 여학생들 히잡 벗고 '남자식당'서 시위
학교측, 시위 가담 학생 징계 방침…학생·교사 주도로 시위 계속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내 시위가 학생과 교사들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테헤란대와 샤리프 공과대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학생들과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샤리프 공과대 여학생들은 히잡을 벗은 채 이란 국기를 흔들며 남학생 전용 식당에 들어가 정권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 대학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식사 장소가 구분돼 있다. 일부 대학은 남녀 강의실도 나눠 운영한다.
여학생들은 "우리는 대학에서 일어난 수치스러운 일과 폭력 행위에 항의한다"고 외쳤다.
타스님은 이들 학생은 시설을 부수고, 보안 요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학교 규범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샤르프 공과대 측은 시위에 가담한 학생들의 교내 출입을 금지하고 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테헤란대와 샤리프 공과대는 지난달 시작한 '히잡 시위'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는 경찰과 학생과의 물리적 충돌이 여러 차례 벌어졌고, 학생 수십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초·중·고교 교사들도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고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인 쿠르디스탄과 인근 서아제르바이잔, 하마단 지역의 상당수 교사 노조 조합원들은 수업 거부 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SNS)상에는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이들의 사진이 퍼졌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200명이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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