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약세에 ELS 손실 우려…"조기상환 이익 감소 예상"
발행 잔액 48% 증가…"내년 상반기 손실 폭 줄어들 것"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홍콩증시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홍콩H지수(HSCEI)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유로스톡스 등이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정기적으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상품 조건을 충족한 경우 조기 상환되지만, 기초자산 가치가 원금 손실 기준선을 하회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ELS 미상환 발행 잔액은 44조6천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5% 증가했다.
미상환 발행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ELS 상품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21조1천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8% 늘었다. 유로스톡스50 지수와 S&P 500지수의 경우에도 각각 72.06%, 56.74%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홍콩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와 연계된 자사 ELS 상품이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들어갔다고 잇달아 공지하기도 했다.
백두산·윤여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가 지난달 말부터 6,000을 하회했다"며 "이에 ELS 녹인 및 증권사 파생 운용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초자산에 홍콩H지수가 포함되고 배리어(녹인 등 미리 설정된 기준선)가 있는 공모 ELS 중 녹인이 5,500 위인 상품이 26%(2조8천억원 규모)"라며 "녹인에 가까운, 즉 5,000∼5,500 사이에 있는 상품 비중은 30%(3조2천억원 규모)"라고 짚었다.
이들은 홍콩H지수의 약세는 ELS 조기상환 이익 감소와 헤지 손익 악화 등 측면에서 운용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우선 "ELS는 발행 시 예상되는 헤지 비용과 발행가격의 차이가 업프론트(선행) 손익으로 인식돼 해당 손익이 정액법으로 3년에 걸쳐 거래일 이익으로 상각된다"며 "만약 6개월 만에 조기 상환될 경우 남은 2.5년의 거래일 이익이 일시에 조기 상환이익으로 인식된다"고 했다.
그러나 "ELS 주요 기초자산들의 10월 지수 평균(닛케이225 제외)이 올해 2분기 대비 10∼20% 하락해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8∼9월 증가했던 조기 상환액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기초자산 지수가 녹인 근처까지 급격하게 하락하고 향후 지수 레벨과 기대 만기, 내재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ELS 부채평가액과 헤지 자산 평가금액이 상이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운용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워져 헤지 운용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홍콩H지수는 추세를 형성해 꾸준히 내려온 측면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20년 3월만큼 헤지 손익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은 적다"며 "2020년 7월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통해 ELS와 외화자금시장 및 크레딧시장 사이의 상호연계성은 상대적으로 옅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를 통화정책 긴축의 고점이라고 본다면 내년 상반기부터 ELS 손실 폭이 축소되거나 올해 대비 손익 측면에서 증익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증권업은 내년 기업금융(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의 손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채권 및 파생 운용 위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내년 전체 연간 손익이 2% 감소에 그칠 전망"이라며 "증권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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