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감세' 완전 지우기…"영국 32조원 '부자증세' 고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200억 파운드(약 32조4천억원)에 이르는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오는 3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예산안에 고소득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 예산책임처(OBR)에 따르면 최근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지난달 발표한 감세안을 철회하고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400억 파운드(약 64조9천억원)가 필요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헌트 장관은 고통스럽고 논란의 소지가 큰 공공지출 삭감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이 중 약 절반에 이르는 200억 파운드를 증세로 충당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비교적 낮은 자본소득세 세율을 다른 세금과 비슷한 정도로 높여 35억 파운드(약 5조6천800억원)를 확보하고 에너지 요금에 환경부담금 부과를 2년간 유예한 것을 내년 4월에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트러스 전 총리는 이 같은 에너지 요금 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2천800만 가구에 1년에 150파운드(24만3천원)를 절약해 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헌트 장관은 또한 트러스 총리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증액하기로 한 것을 철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또 150억 파운드(약 24조3천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
야당 노동당의 요구대로 비거주자(non-dom) 신분을 폐지하는 방법으로도 30억 파운드(약 4조8천900억원)를 충당할 수 있다. 비거주자 신분이란 영국에 거주해도 해외에 주거지가 있다면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제도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에너지 기업 대상 '횡재세'를 도입해 80억 파운드(약 13조원)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연료비 인상과 같이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는 증세를 포함한 예산안을 이번 주말 새 총리에게 제출하고 이를 계획대로 추진할지를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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