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머스크가 올렸다 삭제한 'SNS 삼총사' 트윗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에 흥미로운 게시물을 올렸다가 자진 삭제했다.
트위터에서 퇴출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동 제한 징계를 먹은 힙합 스타 '예'(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이하 웨스트)와 관련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었다.
지난 18일 트위터에 올라왔다가 사라진 이 밈에서 머스크와 트럼프 전 대통령, 웨스트는 칼을 든 '삼총사'로 등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웨스트의 칼은 각각 SNS '트루스 소셜'과 '팔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를 계기로 트위터에서 쫓겨나자 트루스 소셜을 만들었다.
웨스트는 최근 잇단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트위터 활동이 정지됐고 "나만의 플랫폼을 가져야 할 때"라며 극우성향 SNS 팔러 매입을 선언했다.
앞서 트위터 인수 재추진에 나선 머스크는 이 밈에서 자신의 칼을 '엑스'(X)라는 이름의 SNS로 형상화했다.
엑스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발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슈퍼 애플리케이션(메시징, 상품 결제 등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다.
머스크는 삼총사 밈과 함께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고 썼다.
머스크는 이 트윗 외에도 자신과 웨스트가 등장하는 다른 밈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빌린 이 이미지에서 두 사람은 각각 트위터와 팔러 로고의 옷을 착용했고, 만화 속 설정처럼 합체를 시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밈 역시 팔러 인수에 나선 웨스트를 응원하는 의미로 보인다.
머스크는 그동안 과도한 우스갯소리와 때론 부적절한 이미지까지도 곧잘 트위터에 올렸지만, 왜 이번에는 이 트윗들을 자진 삭제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트위터를 인수한다면서 게시글 정책 위반으로 징계를 당한 두 사람을 지지할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 밈을 통해 트위터에 대한 속마음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웨스트에 대한 징계와 제재를 SNS 검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앞서 트위터 인수의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내세웠다.
지난 5월엔 트위터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 계정의 영구정지 조치를 철회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머스크는 이번에 삭제한 트윗에서 트루스 소셜과 팔러를 우군으로 묘사했다.
이런 점에서 머스크의 삼총사 밈은 미래의 SNS 세상을 보여주는 한 조각 퍼즐일 수 있다.
그리고 이 퍼즐을 맞출 세 명의 플레이어는 모두 공교롭게도 자신만의 SNS 놀이터를 갖고 싶어하는 억만장자들이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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