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크라 방공망 지원요청 거절 이유는 '부메랑 효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제공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른바 '부메랑 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8일 이란산 자폭 드론을 활용한 러시아의 공격을 거론하면서 방공망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나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바로 다음 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공개적인 방공망 지원 요청 이후 이스라엘의 나흐만 샤이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앙숙인 이란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만큼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논리로 방공망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른바 '적의 적은 친구'라거나 '방어용 무기는 괜찮다'는 식의 논리는 이스라엘 국방 관리들 사이에 큰 우려를 낳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런 논리에 근거해 우크라이나에 방공망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도 똑같은 논리로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이란과 시리아 등에 S-300, S-400 등 첨단 방공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동 내 적대 세력과 싸움에서 이스라엘이 누려온 압도적인 제공권의 우위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게 이스라엘 국방 관리들의 가장 큰 우려였다.
실제로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병대는 물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의 주요 시설을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 공습할 수 있다.
또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국 방공망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이후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지난 2018년 시리아에서는 이스라엘 전투기를 겨냥해 발사한 시리아군의 방공미사일이 러시아군의 일류신(IL)-20 정찰기를 맞히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 영공을 침범한 이스라엘을 비난했고, 시리아 내 방공망 수준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간츠 장관 주재로 열린 대책 회의에 참석한 관리들은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지원 요청을 지지하기 전에 서둘러 단호한 불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 관리들은 "미국도 이런 이스라엘의 민감한 상황을 이해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압박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언론과 국제사회의 압박이 미국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는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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