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로봇 대중화 멀지 않았어요"

입력 2022-10-21 07:03
수정 2022-10-21 08:50
[스타트업 발언대] "로봇 대중화 멀지 않았어요"

'로봇 보급 전도사'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

공급자·수요자 중개 온라인 플랫폼 '마로솔' 개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예전에는 인력을 줄일 목적으로 로봇을 도입했다면 이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로봇을 쓰는 추세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죠."

로봇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마로솔'을 운영하는 빅웨이브로보틱스의 김민교(42) 대표는 로봇 보급 전도사를 자처한다.



로봇이 산업현장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존재로서 위상을 나날이 높여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같은 연관 기술 발달에 힘입어 조작이 쉽고 안전하면서 지능은 한층 향상된 로봇 제품 출시가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로봇 시장은 성장세에 걸맞지 않게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대를 제대로 모르는 등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봇을 만들어 공급하는 쪽은 고객 정보가 부족해 새 시장을 개척하느라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로봇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에는 역시 정보 부족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외형이 급속도로 커지는 로봇 시장이 직면한 공급자·수요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이다.

핵심 서비스인 마로솔을 앞세워 로봇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주는 '로봇 구독 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난 13일 사무실을 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패스트파이브 공유오피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창업 경위와 로봇 시장 동향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 흩어진 로봇 정보 모아 플랫폼 속으로

2020년 9월 설립된 빅웨이브로보틱스가 내놓은 핵심 서비스는 마로솔이다.

'마이 로봇 솔루션'(My Robot Solution)을 의미하는 마로솔은 국내외 로봇 브랜드 정보를 한 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로봇 도입을 추진하는 수요자가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존 도입 사례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수요자가 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선 기존 도입 사례와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공급기업을 알선한다.

현재 중개 가능한 로봇 모델 약 500종과 도입 사례별로 찍은 영상 자료 약 2천500건을 합쳐 총 3천 건가량의 데이터를 쌓아 놓고 있다.

로봇 거래 관련 데이터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다 규모이고 지금도 DB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로봇을 도입하려는 고객을 만나면 10명 중 9명이 도입 사례 영상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걸 모으면 굉장한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보안 문제를 중시하는 고객사들의 분위기 탓에 도입 사례별 영상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요 기업 입장에선 우수 공정을 홍보하고, 공급 기업은 제품 성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로봇 도입, 거스를 수 없는 큰 파도

김 대표는 로봇 분야 스타트업계에서 드물다고 할 수 있는 문과 출신 CEO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가 창업 기반을 닦은 무대는 두산그룹이다.

두산 지주회사에 처음 입사해 전략 업무를 담당하다가 두산인프라코어로 옮겨 중국 주재원을 거쳤다.

이후 두산로보틱스 글로벌 영업팀장으로 국내외 시장에 협동로봇을 보급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때가 로봇 중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두산에서 일하면서 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봤어요. 인건비가 높아지고 노동인구 감소로 인력난도 심해지면서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파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파도를 잘 타고 즐겨야 한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에 '빅 웨이브'(big wave)를 넣었죠."

김 대표는 "하지만 로봇 시장은 성장 산업에 걸맞지 않게 공급자 측의 비체계적인 영업방식과 수요자 측의 부족한 정보로 도입 의사 결정에 걸리는 기간이 6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까지 늘어지고, 공급기업은 수주 가망이 없는 고객을 쫓아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적잖은 수요기업들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없이 공급업체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실패를 맛보는 사례를 보아 왔다고 한다.

그는 수요기업이나 공급기업에 모두 좋을 리 없는 이런 정보 비대칭 문제가 로봇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느꼈다며 수요기업은 성공적인 로봇 자동화를 구현하고 공급기업은 새로운 판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 '직선적 영업구조' 로봇 시장, 변화 바람 부나

현재의 로봇 시장은 크게 제조, 물류, 서비스 영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제조 로봇 시장이 가장 큰 규모지만 성숙도가 높아 포화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할 주인공은 물류와 서비스 로봇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금까지 로봇 시장은 사실상 중개자가 없는 직선적인 영업 구조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통상 로봇 도입을 원하는 수요자가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공급자와 접촉하는데, 이 방식으론 수요자 측이 확보하는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탐색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 문제를 푸는 수단으로 각종 로봇의 성공적인 도입 사례와 공급 기업 정보 등을 포괄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수요 기업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론칭한 것이 바로 마로솔이다.

현재 마로솔 이용객의 50% 이상은 중소 제조기업이고 약 24%는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로봇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이던 고객층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방향성을 뒷받침하는 고객 구성이라고 말했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마로솔 서비스를 출시한 작년에 약 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배 수준인 50억원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급속히 커질 로봇 중개 시장에서 선발 주자로서 경쟁의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로솔과 유사한 플랫폼은 아직 없어요. 다만 RaaS(로봇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럿 있습니다. 미국의 래피드로보틱스(Rapid Robotics)와 패스로보틱스(Path Robotics) 같은 업체들은 용접 및 협동로봇 솔루션을 RaaS로 공급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기업 중에는 대기업 위주로 RaaS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제품 다양성과 데이터, 금융, 사후관리 등 핵심 역량 측면에서 볼 때 마로솔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자평했다.



◇ 높은 가격 등 장애요소 극복해야 로봇 대중화 성공

김 대표는 얼마 전 테슬라가 2천만원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에 주목했다.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는 데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이를 뒤집는 아주 충격적인 발표라고 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선도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개발로 로봇 가격대가 충분히 낮아지고, 다양한 기술과의 결합으로 사용 사례(Use Case)가 많아진다면 로봇 대중화가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로봇 제조 기술의 향상이나 높은 가격 외에도 구매 결정을 막는 다양한 장애 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조용 로봇 가격대는 평균 8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중소기업이라도 한꺼번에 비용을 들여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이런 현실에 착안해 12개월에서 36개월간 할부 형태로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 대표는 올해 구독형으로 100건 정도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수요자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로봇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는 고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서비스는 앞으로 로봇 사용 시간과 활용 빈도에 따라 과금하는 모델로 진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량처럼 보험, 금융, 중고시장 등 부가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것도 로봇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수요자가 결정한 후에는 로봇 금융을 결합해 목돈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췄다.

로봇 도입 후에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고화한 제품의 처리까지 맡아준다.

김 대표는 컨설팅, 금융(자금조달), 제작, 설치, 사후관리 등 로봇 도입을 둘러싼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로봇 복덕방이자 솔루션 공급자라고 자사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는 모든 연관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로봇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로봇 자동화의 문턱을 낮추는 로봇 중개 종합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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