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영국식 금융혼란 가능성 점검…"시장서 우려 목소리"
NYT "일본의 미국채 매각 가능성, 연준의 국채시장 개입 필요성도 주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당국이 최근 영국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혼란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지 시장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으며,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은 지난주 월가와 전 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연준은 위기 가능성이 있지만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연준의 질문을 받은 각 기관 관계자 4명이 NYT에 전했다.
연준 측은 미국에도 영국 연기금과 같이 중요하지만 저평가된 위협 요소가 있는지, 일본의 미 국채 매입 중단 또는 매각과 같이 해외 변수가 미국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연준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미 국채시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등 3가지를 주로 물었다.
질문을 받은 애널리스트들은 즉각적인 위험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연금시장은 영국과 다르고 국채시장도 변동성이 있지만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발생 전까지는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시장은 크고 뒤얽혀있으며 광범위한 데이터를 소화하기 힘들다"면서 "최근 몇 달간 얼마나 많은 중앙은행이 정책 기조를 바꿨는지 고려한다면 뭔가 잘못되기 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연준이 현재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국채를 매각 중이라면서, 경제에 문제가 생겨 이 기조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초조해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과 별도로 백악관 등 행정부도 경제 상황에 대해 조사했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위기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 조사와 같은 메시지를 냈다고 NYT는 전했다.
또 미 재무부는 미 국채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영국식의 혼란 징후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주 연준이 영국과 같은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NYT는 소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기업들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파생상품이 포함됐는지 연기금에 문의하는 등 건전성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미국 업계는 관행상 영국만큼 부채 비율(레버리지)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어긋나는 정부의 감세안 발표로 시장 불안이 고조되며 국채 금리가 뛰었다. 이에 따라 국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담보가치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연기금들이 국채를 내다 팔면서 국채 금리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결국 중앙은행이 긴급히 국채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정부도 감세 방침에서 물러섰지만, 시장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영국 연기금들은 장기 국채 등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을 매칭하는 부채주도투자(LDI) 전략을 활용해왔는데, 이 때문에 유동성 부족이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세계적으로 금융 스트레스가 표면화되는 상황에서 영국의 혼란이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는 '탄광의 카나리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미 백악관과 재무부는 여전히 미국 금융시스템이 그러한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고, 충격이 오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서도 이들과 연준이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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