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지지 절실한 스웨덴 정부,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폐기수순
외교장관 "해당 표현 이제 안쓸 것"…홈페이지서도 관련 글 삭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스웨덴 우파 연립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전임 정부의 외교 정책을 대표하는 이른바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Feminist foreign policy)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신임 외교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19일(현지시간) BBC,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성평등이 새 정부의 핵심 가치라면서도 "어떤 것들에 있어 라벨을 붙이게 되면 그 내용을 가릴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상에서도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소개한 페이지가 삭제하는 등 관련 발행물을 신속히 내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은 중도좌파 연정이 집권한 2014년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스웨덴 국제관계에 있어 성평등을 핵심 가치로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채택하면서 스웨덴 외교를 상징하는 정책 개념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동 등 일부 국가와 외교 관계에 있어 마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발스트룀 전 장관이 사우디아바리아의 여성 인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이에 반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스웨덴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귀국 조처하기도 했다.
빌스트롬 장관의 발언은 향후 전임 정부와 다른 정책 노선을 취하겠다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스웨덴 새 연정이 정책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극우'로 분류되는 스웨덴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절실하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스웨덴 새 연정은 총선에서 20% 이상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킨 스웨덴민주당을 제외한 중도당·스웨덴민주당·기독교사회당·자유당 등 우파 정당 3곳으로만 구성됐다.
그러나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총선 이후 한 달여 간 협상 끝에 스웨덴민주당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정에 참여한 3개 정당이 차지한 의석은 모두 103석으로 과반 의석(175석)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73석을 보유한 스웨덴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원활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스웨덴민주당은 역사적으로 평등에 기반한 사민주의 전통이 뿌리 깊고 난민에 관대했던 스웨덴에서 백인 우월주의와 빈이민 등을 기치로 내건 정당이다.
한편,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새 내각에 자유당 청년조직 대표 출신인 1995년생인 로미나 포우르목타리를 기후환경장관으로 발탁하는 파격 인선도 단행했다.
다만 '장관직'이긴 하지만 기후환경부는 에너지경제산업부의 일부로 두도록 조직을 개편했는데, 이는 기후·환경 업무를 사실상 축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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