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정원, 나머지는 정글"…EU외교수장, 뒤늦게 발언 해명
닷새만에 "불쾌한 사람 있었다면 유감"…'정글은 곳곳에' 주장은 안굽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은 정원이다. 나머지 외부 세계 대부분은 정글이다."
유럽연합(EU)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지난주 한 강연에서 한 발언을 두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보렐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신에 해당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 해당 비유를 두고 '식민시대의 유로 중심주의'로 잘못 해석했다"며 "불쾌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3일 예비 외교관들을 청중으로 한 유럽외교아카데미 개회식 축사에서 나온 것이다.
보렐 대표는 당시 강연에서 유럽의 외교관을 '정원사'로 비유하면서 "정원사들이 정글로 들어가야 한다. 유럽인들은 외부 세계와 훨씬 더 많이 관여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다양한 방법과 수단으로 침범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외교관 지망생들을 상대로 외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주말 사이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뒤늦게 논란이 일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물론 국제사회의 반(反)러시아 결속을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EU 외교 수장으로서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의회 좌파 진영 의원인 벨기에의 마르크 보텡가도 그의 발언이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주의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일부 외신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아랍에리미트(UAE) 외무부는 자국 주재 EU 대표단 대표 권한대행을 불러 "부적절하고 차별적인 발언"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렐 대표는 17일 EU 외교이사회 회의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괜찮다. 안 그럴 이유가 있느냐"라고 하는가 하면, 당일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의도가 잘못 전해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발언 닷새 만에 직접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해명글은 이날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간에 EU 대외관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보렐 대표는 다만 해명글에서도 "불행히도 '정글'은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곳에 있다"며 "우리는 이런 경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것이 학생들을 향한 나의 메시지였다"며 기존 주장은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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