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시위대 폭행 두고 양국 외교 충돌
영국 외무장관 "용납 불가"…중국 "총영사관 보호 소홀" 외교경로로 항의
피해 홍콩인 "경찰이 구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듯"
(베이징·런던=연합뉴스) 조준형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하던 시위대 한 명이 영사관 영내로 끌려가 폭행당한 사건이 영국과 중국 간 외교 충돌로 확대되고 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리버리 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시위대는 영국 영토에 있었고 시위는 평화롭고 합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할 것이며 세부 내용이 나오면 그와 관련해서 뭘 더 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이 사건과 관련해서 중국 대사 대리를 초치했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16일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 밖에서 30∼40명이 반중 시위를 벌이던 중 영사관에서 몇 명이 나와서 시위대 1명을 영내로 끌고 들어가 공격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의 안전에 관한 우려에서 개입해 영사관 영내에서 피해자를 빼냈다고 말했다.
전날 알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시위안 맨체스터 총영사 등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내놨고, 더 타임스는 사건 영상에 등장한 다른 인물들도 영사관 직원이라는 추측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밥 맨'으로 불리는 35세 피해자는 스카이뉴스와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경찰이 구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아들이 한 명 있는 수리공이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벌어졌다"며 "문을 잡고 매달리려고 했는데 오래 버티지 못했고 그들이 나를 바닥에 던진 뒤 몇 분간 걷어차고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영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문 옆에 있는 시위대 한 명을 붙잡는 걸 보고 도와주러 갔다가 내가 표적이 됐다"며 "경찰이 영사관 영내 못 들어오는 걸 알고 끌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이 찢어지고 멍이 들었으며 머리카락이 크게 뽑혔다. 등과 머리 등도 아픈 상태라고 했다. 사건 후 응급실에 갔지만 일을 해야 해서 11시간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면서도 "시위에 간 걸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오히려 영국이 총영사관 보호에 소홀했다며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시위자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질문받자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영국 외교부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중국 총영사관의 안녕이 침범돼서는 안 된다면서 유효한 조치를 통해 총영사관 인원들의 안녕을 보장하라고 영국 측에 촉구했다.
정시위안 맨체스터 총영사도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시위 대응에 실망했다"고 항의했다.
그는 "어느 순간 시위대가 영사관 영내로 몰려왔고 영사관 직원들은 승인받지 않은 진입과 이후 공격을 물리적으로 막아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와중에 시위대 한 명이 직원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그를 떼어 내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우리 직원을 공격했고 우리는 그의 손을 강제로 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대가 목에 올가미를 두른 시진핑 국가주석과 같이 공격적인 이미지를 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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