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이란 '무기 밀착'에 정면 대응 전환(종합)
미·영·프, 19일 안보리 안건 제기 예정…EU도 추가 제재 예고
우크라, 이란과 '절연' 선언…러·이란 "사실무근" 고수에도 정황 속속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정빛나 특파원 = 그간 수면 아래서 거론되던 러시아의 이란제 무기 사용 의혹에 서방이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더해 특히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손잡았다는 이유로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고, 여기에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까지 외교적 압박에 가세하려는 모양새다.
◇ 서방, 러 '이란제 드론' 안보리 탁자 위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는 19일(현지시간) 이란의 러시아 무기지원 정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이날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안건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 3개국은 또 이날 회의에서 유엔 관계자가 이와 관련한 보고를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안보리 이사국에게 알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화력 고갈'에 직면한 러시아가 이란제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월요일인 17일 출근 시간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자폭 드론이 터지면서 임신부를 포함한 민간인 4명이 숨지기도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게 안보리 결의 2231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결의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다.
서방 3개국 움직임과 별개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란제 드론 사용이 결의 2231호 위반인지 조사해달라며 유엔 전문가에게 드론 격추 현장으로 방문해줄 것을 18일 요청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최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10일부터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로켓, 자폭 드론을 동원한 대대적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연설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쓰는 건 러시아군이 파탄 났다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유럽연합(EU) 차원의 제재 가능성도 점쳐진다.
EU는 이란제 드론 사용 관련해 이란 인사 8명과 관련 기관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로이터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EU는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 진압에 연루된 이란 정부 인사들에 대한 자산 동결 등 제재 방안을 확정하면서 이란제 드론 관련 제재 여부를 추가로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U 27개 회원국의 제재 전문가들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관련 내용에 합의했으며, 각 회원국은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20일까지 제재 부과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우크라, 이란에 '관계 파탄' 선언…외교 압박 고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을 공급했다며 이란과 '절연'을 선언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단교 방안을 정식으로 제안했다면서 "이란은 양국 관계 파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의 공습에 동원된 드론이 이란제 샤헤드-136으로, 관련 증거가 넘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에는 손을 내밀었다.
쿨레바 장관은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방공 시스템을 요청하는 한편 관련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3일 러시아가 운용한 이란제 드론에 의해 민간인이 숨지자 자국 주재 이란 대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등 양국 외교 관계를 격하한 데 이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무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현지 언론 매체들은 19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인접국인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와 암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나흐만 샤이 이스라엘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이란-러시아 간 무기 거래와 관련해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이 어디에 서야 할지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무기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나토는 이란제를 포함해 (러시아가 쓰고 있는)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일 내에 대(對)드론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국가도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러·이란 '무기 거래 없다' 고수…정황은 속속 포착
러시아와 이란은 드론을 포함한 무기 거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크렘린궁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우리는 그런 정보가 없다. 사용 중인 장비는 러시아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움직임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매우 위험한 움직임"이라며 "이는 양국 관계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도 17일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보냈다는 서방 뉴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전쟁 당사국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히잡 의문사'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들끓는 데 이어 안팎으로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놓이게 됐다.
앞서 미국은 이달 초부터 이란 당국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이유로 치안 지도부를 줄줄이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지원했다면서 17일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공격에 동원된 드론이 이란제로, 이를 활용한 무차별 공습은 전쟁범죄라고 주장한다.
서방 쪽에서는 러시아의 이란제 무기 정황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전·현직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 소속 교관들이 크림반도에 파견돼 러시아군을 상대로 드론 조종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13일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격추한 것을 비롯해 지난 한달간 같은 종류의 무인기 223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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