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美장군·제독 15명, 퇴역후 사우디 국방부 컨설팅 업무"

입력 2022-10-19 00:24
"예비역 美장군·제독 15명, 퇴역후 사우디 국방부 컨설팅 업무"

WP 정보공개소송 통해 확인…2015년후 퇴역미군 500명 이상 외국정부 업무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 등으로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재검토키로 한 가운데 2016년 이후 15명의 예비역 미군 장군과 제독이 사우디 국방부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거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는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발표 이후에 업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군과 국무부를 상대로 정보자유법 등에 따른 정보공개 소송을 청구해 이런 내용이 담긴 4천쪽 분량의 문서를 확보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이후 500명 이상의 예비역 미군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등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보수를 받았다. 여기에는 20명 정도의 예비역 장군과 제독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제임스 존스 예비역 해병대 대장, 오바마·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지낸 키스 알렉산더 예비역 중장 등은 카슈끄지 암살사건 이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장관으로 있었던 국방부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가령 알렉산더 전 국장의 경우 카슈끄지 암살 사건 두 달 후에 미국 정부로부터 취업 허가를 받았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이버 안보 대학 설립 업무를 도왔다. 그는 2020년까지 사우디 관련 업무를 했다.

또 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우디 대상 상담 업무가 확장되면서 현재 존슨 전 보좌관의 회사는 8명이 퇴역 미군 장성을 고용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존슨 전 보좌관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에 충격을 받았고 경악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사우디를 위해 일하는 것을 독려했다. 만약 우리가 다 나가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경우 사우디가 중국이나 러시아로 갈 것이 염려됐다"고 말했다.

WP는 또 이번에 확인된 외국 정부에서 업무를 하는 예비역 미군 가운데 280명은 UAE에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예비역 해병대 대장도 포함돼 있었다.

UAE 역시 예멘 내전 등에 개입하면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밖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차원에서 미국 및 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키로 한 호주도 2015년부터 예비역 미군 제독 등을 고용해 핵잠수함 기술 관련 조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 정부에 고용된 예비역 미군은 보수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으며 간혹 수백만 달러도 받았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미국의 예비역 군인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려면 각 군 허가 및 국무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WP는 "2015년 이후 신청자 가운데 95%가 허가를 받았다"면서 "고무도장"(형식적 절차)이라고 비판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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