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주 트러스, 최단명기록 남길까…영국, 총리 어떻게 바꾸나
내각제 영국, 여당대표 바꾸면 총리 교체…자진사임 혹은 의원 불신임투표
보수당 이번엔 단일 후보 추진 움직임…성공 여부는 미지수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리즈 트러스 총리는 취임 6주를 맞았지만 얼마 못 버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적어도 해를 넘기고도 며칠 지나야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 오명을 피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 될 위기…'롤모델' 대처는 11년 넘겨
영국 최단명 총리는 19세기 초반 조지 캐닝으로,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경우다. 20세기 이후엔 앤드루 보나 로(211일)인데 역시 사유는 질병이었다.
그나마 최근은 1963년에 취임한 알렉 더글러스-흄 총리(363일)로 선거에서 패하고 노동당에 정권을 넘기면서 물러났고, 수에즈 위기 당시 잘못된 판단으로 혹평을 받는 앤서니 이든 총리는 1년 279일 만에 질병을 사유로 자리를 내줬다.
최근엔 선거에서 패배해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노동당 고든 브라운(2년 318일), 히틀러와 회담 후 평화를 자신해서 훗날 망신을 산 네빌 체임벌린(2년 348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파고를 넘지 못한 테리사 메이(3년 11일), '파티게이트' 등으로 등 떠밀려 나간 보리스 존슨(3년 44일) 등이 임기가 짧은 편이었다.
물론 이들은 지금의 트러스 총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영국을 이끌었다.
트러스 총리가 따라 하고 싶어 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11년 208일로 재임 기간 역대 7위 기록을 세우고 사임했고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10년 56일에 달했다.
◇ 내각제 영국, 여당 대표 바뀌면 총리 교체…사임 혹은 불신임투표
의원 내각제인 영국에선 국가 수장인 총리 교체가 대통령제 국가와는 달리 매우 쉽다.
이론적으로는 총리는 국민이 아닌 여당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일 뿐이니 당 내부 절차에 따라 대표를 바꾸면 된다. 더군다나 트러스 총리는 아직 총선에서 검증되지 않고 유권자 극소수인 당원들의 선택으로 결정된 인물이다.
영국에서도 총리 교체가 흔한 일은 아니고 더군다나 집권 1년도 안된 총리 교체는 이례적이다.
트러스 총리 교체를 두고 세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자진 사임이다.
18일(현지시간) 현재 시점에서 트러스 총리는 물러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존슨 전 총리 때처럼 내각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면서 압박하면 버틸 수가 없다.
BBC는 그러나 현재로선 트러스 내각은 핵심 충성파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실상' 총리라는 평가를 받는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이나 차기 총리후보에 이름이 오르는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이 모두 트러스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니면 의원들의 불신임투표로 쫓겨나는 모양이 되기 전에 먼저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메이 전 총리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서 규정을 바꿔서 불신임투표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언질을 받고 물러났다.
통상 1922 위원회 위원장이 총리를 만나 의원들의 의견과 상황을 전하기 때문에 총리로서는 자리가 위태로운 시기에 1922 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저승사자와의 회동과 비슷하다.
메이 전 총리는 불신임투표에서 한 차례 살아남았기 때문에 규정상 일정 기간 내에는 다시 투표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당내에서 규정을 바꿔서 바로 재투표를 하자는 요구가 빗발쳤다.
지금도 취임 1년 내 불신임투표를 못하는 규정을 바꿔서 신임 여부를 묻자는 움직임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1922 위원회 관계자들은 큰 규모 다수가 원한다면 바꿀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날 트러스 총리가 야당인 노동당의 긴급 질의에 나서지 않고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를 대리로 내세웠는데 그 사유가 그레이엄 브래디 1922 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이었다.
사전에 계획된 회동이었다고는 해도 시기가 이렇다 보니 심상치 않게 보인다.
만약 불신임투표가 통과되면 보수당은 대표 선출 규정을 바꿔서 단일 후보를 올리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총리 때처럼 원내 경선을 하고 다시 당원들의 투표를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BBC는 경선 참여 조건으로 의원 100명 이상 지지 확보를 걸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원내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모돈트 원내대표 등도 이름이 오르지만 지금은 보수당 내부 분열이 심해서 쉽사리 의견 일치가 될 것 같진 않다. 후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트러스 총리에겐 가장 강력한 생명줄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총선이 앞당겨질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크게 뒤지는 상황에 보수당이 선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해서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에도 선거가 치러지지만, 역시 보수당 의원들이 이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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