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이슈에 최대실적 제동 현대차그룹…"고객 위해 불가피"
세타엔진 리콜 4번째 충당금…장기 품질 리스크 미리 해소
실적 타격 입지만…"고객 우선 관점으로 선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차·기아의 최대 실적 행진이 품질 이슈로 제동이 걸렸다.
두 기업이 세타2 GDi 엔진 리콜과 관련해 3조원에 가까운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으로 고객을 보호하고, 향후 품질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는 3분기 실적에 현대차[005380] 1조3천600억원, 기아 1조5천400억원의 품질 비용을 각각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총 2조9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8년 3분기(4천600억원)와 2019년 3분기(9천200억원), 2020년 3분기(3조3천900억원)에 이어 또다시 세타2 GDi 엔진 교체와 관련한 충당금이다.
이번 품질 비용 반영으로 역대 최대로 전망됐던 현대차·기아 3분기 실적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최근 석 달 치 증권업계 전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5조3천898억원, 3조57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품질비용이 반영될 경우 현대차의 영업익은 1조6천억원대로 축소된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환율 효과로 처음으로 영업익 3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번 조치로 기록 달성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아도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22조1천663억원, 2조2천993억원으로 집계되며 최대 실적이 예상됐다.
하지만 품질 이슈로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 영업익이 1조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품질 이슈만큼은 고객 우선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엔진 교체율 증가와 1,400원대에 달하는 높은 환율도 비용 반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 3분기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진동감지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해당 엔진에 대해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이에 따른 비용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충당금 반영으로 현대차·기아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리스크를 미리 해소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했다.
2000년대 초반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생산한다는 조롱까지 받았던 현대차그룹이 최근 판매량 글로벌 3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품질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가 '2022년 내구품질조사'에서 기아가 1위, 현대차가 3위, 제네시스가 4위를 각각 차지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향후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품질 비용 반영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