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어금니서 드러난 육식의 흔적

입력 2022-10-18 16:17
네안데르탈인 어금니서 드러난 육식의 흔적

아연 동위원소 첫 분석…'육식 인류' 가설에 힘 보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와 공존하다 화석만 남기고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이 사실상 고기 섭취에 치중한 육식 인류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 따르면 폴사바티에 툴루즈 3대학과 CNRS 등의 공동 연구소인 '툴루즈 지구과학 환경'(GET) 연구원 클레르비아 자우엥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어금니 법랑질의 아연 동위원소를 분석해 식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 식성 분석에 아연 동위원소 분석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제시됐다.

이전에는 뼈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콜라젠에 남아있는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이용돼 왔지만 온난한 환경에서 형성된 5만 년 미만의 시료에만 적용돼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스페인 북부 가바사 동굴 유적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어금니도 약 15만년 전 지층에서 발굴돼 질소 동위원소 분석법을 활용할 수 없는 사례였다고 한다.

이 어금니로 성별은 알 수 없지만 마모된 정도로 볼 때 젊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치아의 법랑질은 웬만해선 훼손되지 않는데 연구팀은 처음으로 아연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아연 동위원소(66Zn) 비율이 낮을수록 육식성 식단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네안데르탈인 어금니에서는 아연 동위원소 비율이 아주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육식성 동물인 스라소니와 늑대, 초식동물인 토끼와 산양 등 다른 동물의 뼈에 대해서도 같은 분석을 진행해 결과를 비교했다.

자우엥 박사는 가바사 동굴의 네안데르탈인이 육식 위주의 식성을 갖고 식물 섭취는 극히 적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현생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로 일부 유전자를 남긴 네안데르탈인의 식성에 관해서는 분석대상의 한계로 인해 지금까지 명확하게 규명돼 있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베리아반도에서 발굴된 치아의 치석을 분석해 주로 채식을 한 것으로 밝혔지만 이베리아 이외 지역에서 진행된 다른 연구에서는 고기 이외에 다른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아연 동위원소 분석이 이전 방법에 비해 잡식과 육식을 구분하기가 더 용이하다면서 이번 연구의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남동부 등지에서 이뤄지는 유적발굴에서 같은 분석법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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