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에 금융위기 확대 막으려면…"정책수단 적극 활용해야"(종합)

입력 2022-10-18 17:35
美 긴축에 금융위기 확대 막으려면…"정책수단 적극 활용해야"(종합)

한국증권학회·한국금융연구원 공동주최 정책심포지엄

"통화 긴축·원자재 하락, 원자재 수출국에 위기 될 수도…자본유출 가능성"

전문가들 "외환보유고 충분·부채는 우려… 위기는 순식간에 올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송은경 기자 = 최근 미국 통화 긴축 여파로 신흥국 중심으로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증권학회·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신흥국 금융위기 진단과 자본시장의 대응' 정책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개도국에서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는 등 극심한 자금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도의 통화 긴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부 취약국들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 대외부문·자산시장을 통한 국내 전이효과가 우려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리스크가 확대될 때마다 우리나라 대외부문은 안정적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신흥국과 연계성에 의해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통화 긴축의 영향은 공통으로 겪게 되지만, 추가로 불거지는 신흥국 위기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채널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사용하거나 검토 중인 정책 수단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사용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요 정책 수단으로 주식시장의 경우 증안펀드, 채권시장은 채안펀드, 외환시장은 연기금의 해외투자 시기 조절·외국인 해외 투자금에 대한 투자 유인 제공 등을 언급했다.

한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등 중심국과의 상황 변화에 따라 신흥국 금융 외환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신흥국 시장을 좌우할 세가지 요인으로 미국 연준 통화정책, 국제원자재 가격, 중국 경기회복을 꼽았다.

한 부연구위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 등에 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높은 원자재 가격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신흥국에는 긍정적 요인이나 아시아·동유럽 국가들에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과 유로 지역 경기는 동유럽 신흥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다른 지역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중국 경제상황은 아시아 지역 신흥국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통화 긴축과 원자재 가격 급락은 원자재 수출국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국내 금융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신흥국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 등을 중심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발표 이후 토론에서 참석자들 대부분은 큰 틀에서 '지금 당장 신흥국 금융위기가 오진 않았다'는 취지의 인식에는 동의했지만, 일부 패널은 위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 외환 보유고 등으로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종합적인 부채 수준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국제결제은행(BIS)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총부채 비율 등을 보면 부채 수준이 신흥국과 선진국 간 차이가 나지 않아 신흥국이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이 꺼져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가계 부문 부실이 있을 수 있고, 손실 흡수 능력이 소진된 은행이 국채를 매도하면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권 발행도 어려워지면 재정 정책도 쉽지 않아 위기는 순식간에 예상치 못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신흥국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개선됐다는 측면에서는 100% 동의하지만,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어지면 풀 팩터(pull factor·대내요인)는 무의미해지고 푸시 팩터(push factor·대외요인)가 중요해진다"며 "개선된 펀더멘털이 위기 상황이 확대될 때도 역할을 할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크진 않다고 하겠지만 지표들을 철석같이 믿을 정도로 안전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의 긴축 등으로 신흥국 재정 건정성이 악화하고 손실이 증가하면서 은행 재무구조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면 국가 리스크를 키우고 옆 나라로 번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종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오고 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외환보유고가 많고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긴 하지만 위기라고까지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이렇게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선 적이 없었고 공급망 재배치 이슈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수가 안정적이라고 해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ssun@yna.co.kr,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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