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 등 '독과점 플랫폼' 자사상품 우대 강력 제재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속도…연내 시행
독과점 판단 기준·금지행위 유형 구체화…무료 서비스도 규제 대상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카카오[035720]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우대 등을 통해 독과점 지위를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대한 정부의 감독이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8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연내 시행을 목표로 마련 중인 플랫폼 심사지침은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확한 법 집행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회색 지대를 줄이고 제재 기반을 닦는 효과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지침 제정안을 행정 예고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으로 시장이 왜곡되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독과점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특성을 반영해 법 집행 기준을 어떻게 손볼지 검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지침을 통해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플랫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만드는 이유는 지침은 전통산업을 토대로 만들어진 현행 규정이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쏠림 효과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사업자 등을 시장 지배적(독과점) 사업자로 추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가격·출고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시장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는 무료여서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지표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시장점유율 외에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돼 있긴 하지만, 무엇을 진입장벽으로 볼 것인지, 서비스 다양성과 품질 하락, 혁신 저해 등도 경쟁 제한 효과로 볼 것인지 등이 다소 애매하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지침에 시장 지배력 평가 요소를 열거하고 자사 우대, 끼워 팔기, 최혜 대우 요구,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등 주요 법 위반 행위 유형도 예시와 함께 담을 예정이다.
또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이용료 외에 광고·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는 만큼 무료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에도 거래가 존재할 수 있으며, 매출액 대신 이용자 수나 이용 빈도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따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노출 순서 등을 통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경쟁 사업자 상품·서비스보다 우대하는 '자사 우대'와 플랫폼 서비스에 다른 상품·서비스를 끼워파는 행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일정한 분야에서 가진 독점력을 지렛대로 연관 시장까지 독점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몰아준 의혹에 적용한 혐의도 자사 우대다.
심사 지침이 제정되면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각자 진출한 사업 영역에서 독과점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 판단하기 쉬워져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규제와 별개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반칙·경쟁 제한 행위는 엄정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의 경쟁이 제대로 유지돼야 혁신이 계속될 수 있다"며 "(플랫폼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하기보다 자율규제로 플랫폼과 입점업체·소비자 간 갈등을 규율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