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종 불개미 먹어 독(毒) 면역력 키운 미국 토종 도마뱀

입력 2022-10-18 11:04
침입종 불개미 먹어 독(毒) 면역력 키운 미국 토종 도마뱀

물리면 죽을 수도 있지만 위험 감수…"백신처럼 면역 강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남동부의 '울타리 도마뱀'이 독(毒)을 가진 침입종인 불개미를 잡아먹는 것으로 불개미에게 물렸을 때의 독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불개미의 독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에 면역반응을 유발하는데, 울타리 도마뱀의 경우 불개미에게 여러 번 물리면 몸이 마비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울타리 도마뱀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불개미를 잡아먹는 것이 자주 관찰돼 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교수 트레이시 랭킬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울타리 도마뱀이 불개미를 잡아먹어 불개미 독에 대한 면역력 높이는 것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바이오로지컬 인베이전스'(Biological Invas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불개미 서식지의 울타리 도마뱀이 불개미가 없는 곳의 개체와는 다른 면역력을 가진 것이 불개미에게 물리거나, 불개미를 잡아먹는 것의 영향을 받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울타리 도마뱀에게 3주에 걸쳐 죽은 불개미를 먹이로 주거나 한 주에 세 차례에 걸쳐 불개미에게 물리게 한 뒤 면역 관련 6개 척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불개미를 먹은 도마뱀은 불개미에게 물린 개체보다 호염기성 백혈구가 늘고, 항체를 돕거나 보완하는 보체활성도(complement activity)가 증가했으며, 불개미 독에 활성화되는 면역글로블린항체(IgM)도 늘어나는 등 3개 척도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개 면역 척도 모두 불개미의 공격으로부터 울타리 도마뱀의 생존을 돕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예컨대 불개미 독 관련 항체와 보체가 독을 묶어 더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불개미를 먹으면서 독에 노출된 것이 백신처럼 강화된 면역반응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개미를 먹는 것이 미래에 불개미에게 물려 독에 노출되는 것에 대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야생에서도 불개미 서식지의 울타리 도마뱀이 불개미 독 항체와 호염기성 백혈구에서 불개미가 없는 곳에 사는 개체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실험 결과와 두 가지 면역 척도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불개미를 먹은 결과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됐다.

그러나 나머지 4개 척도에서는 실험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불개미를 먹거나 물리는 것과는 다른 면역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울타리 도마뱀이 불개미를 만나는 것과 같은 환경 스트레스도 그 중 하나로 제시됐다.

랭킬데 교수는 "전체적으로 이런 연구 결과는 토종 동물이 침입종을 잡아먹음으로써 침입종의 독에 따른 면역 결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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