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부각하고 약점은 가린다…中 '시진핑 대관식' 선전 기조

입력 2022-10-18 10:55
수정 2022-10-18 11:35
위험은 부각하고 약점은 가린다…中 '시진핑 대관식' 선전 기조

반부패 관련 상세 수치 공개…대외환경 어려움 적극적 부각

고강도 방역 타당성 논란과 연계된 경제성장률 발표 등은 연기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위험과 성과는 최대한 부각하고 약점은 가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으로 평가받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선전 내용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식 업무 보고를 통해 집권 이래 10년간 중국의 경제·군사·사회·사상 등 전 영역에서 거둔 성과를 상술한 데 이어 중국 당국은 당 대회 기간 분야별 기자회견을 통해 한층 구체적으로 치적을 홍보하고 있다.

당 대회 이틀째인 17일의 주제는 시 주석의 내치 중 대표적 성과로 자랑하는 반부패였다.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샤오페이 부서기는 당대회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 집권 이래 20만7천 명 이상의 각 단위 1인자를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명목상 당 최고 영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을 포함한 중앙의 차관급 이상 간부 553명이 포함됐다고 샤오 부서기는 전했다.

또 중국이 직면한 대외 환경의 어려움은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시 주석은 16일 당 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 특히 외부 세력의 위협, 억제, 봉쇄, 극한 압박에 직면"했었다고 회고하고 "지금 시대와 역사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자를 괴롭히고 갖은 수단으로 수탈하며 제로섬 게임을 하는 등 패권과 패도, 괴롭힘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며 사실상 '미국 리스크'를 거론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17일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온 당 대회 대표단의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험난한 여울을 건너는 위험, 언덕을 오르는 고생, 난관을 돌파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아픈 손가락'인 주요 경제 관련 수치는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개를 미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 예정된 3분기 경제성장률을 포함해 9월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 등의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로 공표한 중국은 '상하이 2개월 봉쇄'가 있었던 2분기에 성장률 0%대(0.4%)를 기록하는 충격적인 경기 침체를 보였다. 3분기에는 3%대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주된 예상이었는데 갑자기 발표를 연기한 것이다.

가뭄·폭염으로 인한 전력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면·부분 봉쇄의 계속, 내수 둔화와 실업률 상승 등의 악재 속에 3분기 수치도 기대 이하일 것으로 예상되자 당 대회 이후로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중국 5대 은행에서 올해 1∼9월 사이 늘어난 대출 규모가 8조8천300억 위안(약 1천751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는 17일 관영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성장률을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치적'으로 적극 홍보해온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 정책(일명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타당성 논쟁과도 연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에 대한 복합적 고려가 발표 연기에 일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 시내 고가도로에 걸린 '시진핑 반대' 현수막 사진 등을 올린 소셜미디어 위챗(微信) 이용자 수백 명의 계정이 차단 또는 영구 폐쇄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빛은 드러내고 그늘은 가리는 이 같은 선전 기조는 이번 당 대회에서 이뤄질 중국 정치의 중대 변화와 관련해 여론에 완충장치를 만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번 당 대회를 거쳐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열면 중국은 장쩌민·후진타오 집권기(1989∼2012년)를 거치며 '2기-10년'으로 정착하는 듯했던 최고지도자의 임기가 연장되는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맞이한다.

또 마오쩌둥(1893∼1976) '1인 천하'때 이뤄진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집단지도체제의 전통에서 1인자의 결정 권한에 힘을 싣는 '집중통일영도'로의 사실상 전환도 앞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기의 시대에 검증된 지도자가 계속 중국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부정적 평가를 부를 요소들은 최대한 가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당 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공개될 차기 당 중앙위원 약 200명의 명단에 포함됨으로써 3연임을 사실상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23일 20기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 직후 열릴 기자회견에서 차기 최고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집권 3기 출발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