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추 총리' 조롱 속 버티는 英트러스…실각설 파고 넘을까
감세정책 실책 사과했지만 사퇴 불가론 배수진…"총선때 보수당 이끌 것"
"헌트가 사실상 총리" 관전평도…英매체 "유통기한 열흘짜리 양상추보다 못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혼란을 일으킨 감세정책 사태로 당내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정책상 실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사퇴는 거부했다.
트러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선출됐기에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며 "그것이 내가 결연히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끌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총리로 보낸 한 달여 기간이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저질러진 실책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라며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실책을 바로잡았고, 정책 방향을 틀지 않았더라면 무책임한 일이 됐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연 450억파운드(73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예산을 발표했다.
재정 전망 없이 감세안이 발표된 데 대해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요동치자 트러스 총리는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동결을 철회하며 두 차례 정책 방향 '유턴'(U-turn)을 했다.
이날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는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이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을 축소하는 등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대부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취소된 감세안 규모는 320억파운드(51조9천억원) 규모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경제성장을 높이려는) 비전에는 여전히 전념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은 낮추고 경제성장은 높이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면서도 경제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언급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헌트 장관이 하원에 출석해 감세정책 유턴 이유를 설명하는 30분가량 동안 뒤에 앉아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의원들이 토론하는 시간에는 배석하지 않다가 헌트 장관이 발언을 시작할 때 의회에 도착해 착석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헌트 장관의 발언 전에 정책 유턴과 쿼지 콰텡 전 재무부 장관 경질에 대해 직접 설명해 달라는 노동당의 요청은 거절했다.
이에 야당 쪽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의회에서 정책 실패에 대해 직접 설명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도자인 총리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자 노동당 의원들은 환호했다.
트러스 총리 대신 의원들 질의에 답변한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가 "총리는 급한 업무에 잡혀 있다"고 말하자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돈트 원내대표는 트러스 총리의 부재 사유가 "진짜"라고 주장했지만,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한 의원이 트러스 총리가 책상 아래 웅크리고 숨어 있다고 주장하자 모돈트 원내대표는 "총리는 책상 아래 숨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야당 쪽에서는 "총리가 잔뜩 겁을 먹었다"는 등 조롱이 쏟아졌다.
이처럼 치명타를 입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트러스 총리에 대해 낙마설도 대두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 대부분을 뒤집은 헌트 장관이 사실상 총리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데일리스타'는 트러스 총리와 유통기한 열흘짜리인 양상추 중 어느 쪽이 오래 갈 것 같으냐는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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