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추운 겨울] ④ 덴마크, 축구장 18개만한 인공섬 정체는…대체에너지 사활

입력 2022-10-19 07:14
[유럽, 추운 겨울] ④ 덴마크, 축구장 18개만한 인공섬 정체는…대체에너지 사활

"수력·원자력 한계"…재생에너지 활로 찾기에 각국 미래 달렸다, 다각화 총력

재생에너지 강국 스위스 지열발전까지 손대…독일 풍력·그린수소 개발 속도

한발 늦은 프랑스 "가속 필요"…기후위기 속 물 부족, 신규 사업 재촉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에너지업체와 정부가 함께 세운 알파인 지열발전소(AGEPP)는 지난달 공지문을 하나 홈페이지에 올렸다.

"기술적 관점에서 우린 성공했습니다. 물이 불충분한 이유를 분석하는 한편 장비를 옮겨 다른 지역에서 시추를 이어가겠습니다"

스위스 보 주(州)의 온천 지대인 레뱅드라비 일대에서 추진 중인 지열발전 시설 조성 사업의 추진 상황과 기술적 난관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단단한 편마암질의 고산 지대에 3천m가량의 지하 터널을 뚫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땅속에서 원하는 만큼의 수압이 나오지 않자 작업을 일단 중단하되, 또 다른 시추 지역을 찾아 땅을 뚫어보겠다는 취지다.

지열발전은 땅속의 뜨거운 물을 지표 위까지 파이프로 연결하고 거기서 증기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미 수력 68%, 태양광 11% 등 전력의 80% 가까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스위스이지만 실패를 무릅쓰고 지열발전 사업에까지 손을 대는 모습은 신규 재생에너지 발굴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스위스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에너지 수급난 때문에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재생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 "엄청난 가속 필요"…각국 앞다퉈 재생에너지 확대 추진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에선 신규 풍력발전 단지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 최대의 에너지 업체인 RWE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조성 중인 '바텔스도르프 2' 풍력발전 단지는 이 업체가 니더작센주에서만 32번째로 세우는 육상 풍력발전 단지다.



최근 2030년까지 석탄을 사용한 에너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RWE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그린 수소 에너지 개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작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을 40.9%까지 끌어올린 독일은 전력뿐 아니라 냉난방 및 수송 부문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세계 최초로 해상 풍력발전을 도입한 덴마크는 북해에 축구장 18개를 합친 규모인 1만1천150㎡ 규모의 인공 에너지 섬을 조성하고 있다.

200대의 해상 풍력 발전기와 초고압 송·전선 설비까지 마련해 30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규모를 갖추는 사업이다. 전력 생산의 80%가 신재생에너지인 덴마크는 인공 에너지섬의 발전량을 늘려 자체적인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독일 등지로 전력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 역시 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전력의 67%가량을 원자력으로 만드는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19%로, 유럽연합(EU) 평균에 못 미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 해상 풍력 발전소를 찾은 자리에서 "우리는 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엄청난 가속이 필요하다. 우리 이웃들은 더 빨리 이 일(재생에너지 개발)을 했고, 나는 우리가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사업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기후위기로 수력·원자력도 한계 노출…신규 재생에너지에 쏠린 시선

이처럼 유럽 각국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나서는 건 일차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에너지 수급난이 유럽 전역을 엄습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이미 현실화한 에너지 가격 폭등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화석연료 사용을 더욱 과감하게 줄이지 않으면 탄소제로 시대를 앞두고 낙오할 수 있다는 각국의 위기의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재생에너지 개발이 에너지 소비 실태에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는데도 각국이 열을 올리는 데에는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초래한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원자력과 수력 발전마저 제약을 받고 있으며 향후 이런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15%가 물 부족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려면 냉각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면 발전량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폭염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지난 7월 스위스 아르가우주(州)의 베츠나우 원전과 프랑스의 생탈방 원전은 수온 상승과 냉각수 부족 문제로 인해 발전량을 감축해야 했다. 기후변화가 에너지 생산에 간접적인 영향이 아닌 직접적 타격을 준 사례로 여겨진다.

물 부족은 원전뿐 아니라 물을 직접 발전에 이용하는 수력 발전소와 원전처럼 냉각수가 필요한 화력 발전소에도 악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현재 화력발전소의 33%, 수력발전소의 11%가 물 부족으로 발전량에 제약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각국이 지열발전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방식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기후라는 변수가 에너지 위기를 부추길 가능성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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