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거리두기' 멜로니 "유대인 참상 재발해선 안돼"

입력 2022-10-17 18:40
'파시즘 거리두기' 멜로니 "유대인 참상 재발해선 안돼"

나치의 로마 유대인 추방 79주년 맞아 성명 발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독일 나치의 로마 유대인 추방 79주년을 맞아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니토 무솔리니가 쫓겨난 이후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영토를 점령 중이던 나치는 1943년 10월 16일 로마의 유대인 거주지역을 급습해 검거한 유대인 1천259명을 강제로 추방했다. 이들 대부분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불과 16명이 살아남았다.

멜로니 대표는 로마 유대인 추방 79주년인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은 로마와 이탈리아에 비극적이고 어둡고 치유할 수 없는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기념일은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탈리아인들이 무관심과 증오에 대항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와 계속 싸우는 것은 바로 이 기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대표는 로마의 유대인 지역사회 회장인 루스 두레겔로에게 직접 전화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둔 멜로니 대표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극우파다.

그는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과거 인터뷰에서 무솔리니에 대해 "그가 했던 모든 일은 조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추켜올렸다.

아직 취임 전이어서 그가 어떤 색채를 드러낼지 알 수 없지만 '파시즘의 계승자'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인종차별을 규탄한 이번 메시지는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내에서 무솔리니 숭배자로 통하는 이냐치오 라 루사(75) 신임 상원의장도 추모에 동참했다.

라 루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라며 "앞으로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을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모두의 의무"라고 썼다.

그는 "그 일을 최고 기관부터 시작하겠다"며 "오늘도 언제나처럼 유대인들에게 진심으로 친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2012년 멜로니와 함께 Fdl을 공동 창당한 라 루사는 2018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장한 무솔리니 기념품을 자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 악수보다는 파시스트 경례를 하자고 제안했던 인물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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