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금리 공포에 가격 내려도 안팔려…'2030 영끌족' 패닉

입력 2022-10-16 10:51
수정 2022-10-16 11:54
계속되는 금리 공포에 가격 내려도 안팔려…'2030 영끌족' 패닉

한은 '빅스텝'에 가격 더 낮춰도 매수 실종…"역대급 거래 절벽"

2030 매수 몰린 '노도강' 비명…작년 아파트값 상승 1위→올해 하락 1위

이달 전국 청약 단지 71%가 미달…'돈맥경화' 입주 단지도 비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요즘 같은 거래절벽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예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합니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또 올리면서 그나마 급급매를 놓고 가격 흥정을 하던 수요자마저 매수 의사를 철회했어요. 당분간 거래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30년차 공인중개사 김모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갈수록 체감 침체가 나빠지는데 금리까지 계속 오르니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상계동에서 중개업소 2개를 했는데 운영비도 안나와 지난달에 결국 한 곳은 문을 닫았다"고 씁쓸해했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이상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주택시장은 더 냉랭한 모습이다.

특히 2030세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자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집값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청약시장도 미분양, 미입주 공포에 비상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거래 침체→집값 하락→미분양 증가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030 영끌족 몰린 '노도강' 패닉…집값 상승률 1위→하락률 1위로

최근 '노도강'을 비롯해 강북지역 중저가 아파트 단지들은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 속수무책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2.33% 떨어져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성북구 -2.13%, 도봉구 -1.99%, 은평구 -1.93%, 서대문구 -1.84%, 강북구 -1.78% 등 강북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노원·도봉구 아파트값은 지난주에도 각각 0.40% 떨어지며 큰 폭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노원구 아파트값은 2012년 6월 마지막주(-0.48%) 이후 약 10년4개월 만에, 도봉구는 2013년 2월 둘째주(-0.62%) 이후 9년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2030세대 영끌 투자자가 대거 몰리며 지난해까지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노원구 아파트값은 11.91% 올라 서울지역 구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도봉구 역시 8.77% 올라 서울 평균(8.02%) 상승률보다 높았다.

노원구는 2020년에도 5.15% 뛰어 구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강북구(5.08%)와 도봉구(4.25%) 역시 서울 평균(3.01%) 상승률을 웃돌 정도로 상승폭이 컸다.

그 사이 2030세대 패닉 바잉(공황 구매)은 급증했다. 2019년에 31.5%에서 그쳤던 노원구 아파트의 2030세대 매입 비중은 2020년 38.6%로 높아진 뒤 지난해 49.3%까지 치솟았다.

노원구는 최근 극심한 거래 감소 속에서도 올해 8월까지 2030 매입비중이 51%선까지 뛰며 과반을 차지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2030 매입 비중이 2019년 31.8%에서 2020년 37.3%로, 지난해 41.7%로 늘었다가 올해 35% 선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가파른 집값 상승에 놀라 내집 마련에 나선 2030세대가 이번 집값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 등 주요 단지 중소형 아파트값은 최근 시세가 고점 대비 1억∼2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 이후 이들 지역에는 추가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면적 68㎡ 경우 지난 15일 집주인이 종전가 6억9천만원에서 6억8천만원으로 1천만원 낮춘 매물이 부동산 포털 등에 여럿 올라와 있다.

특히 전셋값마저 동반 하락하면서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은 투자자는 만기 때 전세보증금을 일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도봉구 방학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북 15억원 이하 단지는 대출이 가능한데다 목돈의 부족한 2030세대는 대부분 많은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연 8%까지 오르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달 청약받은 21개 단지중 71%가 미달…입주 단지도 비상

금리 공포가 커지면서 아파트 청약시장과 새 아파트 입주 단지들도 비상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지방과 수도권에서 분양된 단지에서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e편한세상 옥천 퍼스트원은 지난 11∼13일 진행된 청약에서 총 545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138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서 분양된 한라비발디도 300가구 일반분양에 2순위까지 283명만 신청해 미달이 났다.

이달 들어 청약을 받은 전국 21개 단지 가운데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수원시 팔달구 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창원 롯데캐슬 하버팰리스 등 6개 단지에 불과하고, 71%에 달하는 15개 단지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입주율도 떨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잔금 대출 부담이 커진데다 거래 절벽에 전세 침체까지 심화하면서 내집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가 나가지 않아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 가구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맥경화' 현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전월(69.6)보다 21.9포인트(p) 급락했고, 수도권도 14.8p 내린 51.6으로 떨어졌다.

전국과 지역별 입주전망지수 모두 연구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44.7%)이 가장 많았고 세입자 미확보(27.7%), 잔금대출 미확보(21.3%) 등의 순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북의 입주 단지는 입주기한이 지난 상태에도 입주율이 50∼60%선에 그치는 곳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주변 아파트보다도 고가에 분양된 탓에 입주 기간이 지난달 말로 지났지만, 현재까지 입주율이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단지의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시행사에 최근 공문을 보내 분양가 할인과 계약해지 위약금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거래 절벽, 집값 하락 등에 따른 시장의 충격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2030 영끌족의 피해를 줄이고,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대출 규제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경기 침체, 금리 상승 등으로 거래 절벽, 청약시장 냉각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주택 거래 활성화, 무주택자 대출 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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