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통일교 조사 나설 듯…"해산명령 청구 가능성도"
기시다 지지율 하락에 '신중' 모드서 태도 변화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문제가 확산하자 법령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정연합의 종교법인격을 박탈하는 해산명령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이후 '종교법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질문권을 근거로 가정연합을 조사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 청구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질문권을 종교 단체를 대상으로 행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질문권을 활용하면 관계 당국이 종교 단체의 사업과 업무에 관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조사 이후 종교 단체가 현저하게 공공복지에 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행위 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이 소관 관청이나 검찰의 청구를 받아 해산을 명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살해범이 범행 동기로 언급한 가정연합의 조사와 해산명령 청구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가정연합과 정치권 유착 논란이 지속되고, 일반인의 가정연합 관련 피해 신고도 늘어나면서 태도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소속 의원 3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본 정부가 지난달 5일 개설한 가정연합 전화 상담 창구에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천200건이 넘는 피해 의심 사례가 접수됐다.
가정연합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20∼30%대까지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가정연합의 영감상법(靈感商法·평범한 물건을 영적인 물품으로 포장해 비싸게 파는 수법) 등을 논의해 온 소비자청 전문가 회의 제언을 바탕으로 1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가정연합 조사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고액 기부를 취소하거나 소비자 계약법을 개정하는 등의 가정연합 피해자 구제에 관한 대책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가정연합 측이 질문(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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