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파키스탄 재무 "중국 등과 39조원 채무재조정 추진"
파리클럽 이어 중국과 곧 협상 시도…"원금감축 아닌 채무연장"
"홍수 피해 46조원 넘어…복구에 3년 걸릴 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신임 재무장관이 중국 등과 270억달러(약 38조8천억원) 규모의 양자 채무에 대한 재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취임한 이샤크 다르 재무장관은 1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 등 비(非)파리클럽 국가와의 채무 재조정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파리클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심의 비공식 채권국 모임을 말한다.
지난달 하순 파리클럽 국가들에 채무 구제 지원 요청을 한 파키스탄이 이제 최대 채권국인 중국과 채무 협상을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파키스탄이 '채무의 늪'에 빠지게 된 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국가로 꼽힌다.
파키스탄이 중국과 수익성 낮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벌이다가 천문학적인 빚을 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에 230억달러(약 33조원) 규모의 빚을 진 것으로 추산된다.
다르 장관은 다만 채무 재조정과 관련해 언제 어떻게 중국을 설득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채무 재조정으로 원금 감축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르 장관은 "채무연장은 괜찮지만 (원금을) 깎으려 애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와 별도로 국제기구와 우방국 등의 지원 확보에도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억7천만달러(약 1조6천8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40억달러(약 5조8천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파키스탄에 50억달러(약 7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다른 정부 각료와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나 국채 만기 연장은 대책 옵션에서 배제했다.
앞서 미프타 이스마일 전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심각한 경제난 속에 큰 홍수까지 겹쳤지만,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다르 장관은 이날 AP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최근 파키스탄을 강타한 대홍수 관련 피해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홍수로 인한 피해 추산 규모가 320억달러(약 46조원)를 넘어섰다"며 "훼손된 인프라 재건에 160억달러(약 23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복구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며 "아마 거의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월 중순 시작된 몬순 우기 동안 예년보다 훨씬 강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국토의 3분의1 가량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봤다.
파키스탄 정부는 인구의 약 15%인 3천300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