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갤러리 '플루트를 든 소녀'…페르메이르 작품 아니었다

입력 2022-10-15 04:05
수정 2022-10-15 07:27
내셔널갤러리 '플루트를 든 소녀'…페르메이르 작품 아니었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의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얀 페르메이르의 유화 4점 중 1점이 다른 화가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미소니언매거진은 14일(현지시간) 내셔널갤러리가 지금껏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플루트를 든 소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붓질의 정교성 등과 함께 마무리 단계에서 저렴한 염료가 사용됐다는 점에 주목해 페르메이르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메이르는 마무리 작업 과정에 호화스러운 염료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화가다.

다만 이 작품은 위작이 아니라 페르메이르에게 그림을 배웠거나, 페르메이르의 공방에 고용돼 함께 작업을 한 제자의 솜씨로 보인다는 것이 내셔널갤러리의 설명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페르메이르의 공방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 자체가 더 큰 수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였던 17세기에 활동했던 페르메이르는 43세로 사망할 때까지 화가로서 큰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미술사학자들은 페르메이르가 동시대의 유명 화가들처럼 공방을 운영하지 않고, 혼자 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그러나 '플루트를 든 소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소녀의 얼굴 그림자 부분에 희미한 녹색 염료를 사용하는 등 페르메이르에게 직접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수법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케이윈 펠드먼 내셔널갤러리 관장은 "함께 작업한 화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자체가 페르메이르에 대한 연구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발견"이라며 "페르메이르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페르메이르는 사망 후 200년 가까이 잊혀졌지만, 19세기 말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테오필 토레 뷔르제르가 재발굴해 거장으로 인정받게 됐다.

현재 페르메이르의 작품이라고 인정받는 회화는 전 세계적으로 35점 안팎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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