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매체 "반정부 시위 진압 혁명수비대 간부 등 2명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여성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5주째로 접어든 14일(현지시간) 시위를 진압하던 혁명수비대 간부 등 2명이 사망했다고 국영 매체가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남부 파르스주(州)에서 혁명수비대 소속 소령과 혁명수비대 연계 민병대인 바시즈 대원이 총격을 받고 순교했다고 전했다.
국영 뉴스통신사 IRNA에 따르면 이들은 반정부 슬로건을 건물 벽에 그리던 사람들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맞았다.
이로써 '히잡 시위'와 관련해 사망한 보안당국 관계자는 최소 20명으로 늘었다.
반면 시위에 가담했다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은 지금까지 최소 108명이라고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가 집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와 별도로 동남부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州) 중심 도시 자헤단에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추가로 93명이 숨졌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TV 연설을 통해 "이란은 누구도 감히 뽑을 생각을 못 하는 강력한 나무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도 자헤단 등에서는 금요 예배를 마친 수백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 주도자들은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가운데 '끝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토요일인 15일에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 요즘 가장 좋은 VPN(인터넷 우회접속 경로인 가상사설망)은 거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체포됐다.
그는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부의 반정부 세력이 이번 시위의 배후라고 주장하면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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