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시위 한달] ③ 이란에 변화의 바람 불까…"한계 있을듯"

입력 2022-10-16 08:30
[히잡시위 한달] ③ 이란에 변화의 바람 불까…"한계 있을듯"

'히잡은 신정 통치 상징'…"정세 급변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 작아"

중소규모 산발적 시위 지속 가능성…미국과 핵협상에는 '변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의 현대사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시대별로 히잡은 다른 의미를 지녔다.

이슬람 혁명 이후 무슬림들은 세속주의 근현대 국가를 추진하는 친미 팔레비 왕정에 대항하는 의미로 히잡을 썼다.

혁명 직후에는 여성에게 강제로 히잡을 쓰도록 한 정책이 시행됐다. 이는 혁명 전까지 서방에 밀착했던 왕정에 대한 반동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게 한다.

이슬람 혁명 이후의 히잡은 부패하고 부도덕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 수립한 '이슬람 신정 통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올해 유례없는 광범위한 시위에도 이란 정부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를 모아 변화를 이끌 조직이나 인물이 없다는 것도 이번 시위의 한계로 꼽힌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한 이번 시위는 산발적이면서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이는 경찰이 시위를 단기간에 완전히 진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시위가 더욱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위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현지 주민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단기간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히잡 착용 단속을 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의 운영 방침이나, 단속·조사 방법 순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방식은 가혹하기로 악명높다.

과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지도 순찰대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을 폭행하는 영상이 퍼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아미니의 죽음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번 시위가 급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젊은 층과 여성이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이란 사회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주동자를 체포하면서 마무리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리더가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시위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서방과 벌이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 핵협상은 타결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막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외신들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이란 정부와 핵합의는 '인권 중시'를 천명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빠른 타결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면서 "미국의 초점은 이란이 무고한 시위자들에게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