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영국 총리 감세정책 또 유턴…재무장관 초단기 경질(종합)

입력 2022-10-15 00:48
수정 2022-10-15 04:28
'사면초가' 영국 총리 감세정책 또 유턴…재무장관 초단기 경질(종합)

트러스 총리 기자회견…법인세율 19→25% 인상안 되살려

'절친' 쿼지 콰텡 38일만에 나가고 반대파 제러미 헌트 임명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위기에 처한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정치적 단짝'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하고 감세정책은 또 유턴을 했다.

트러스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콰텡 장관을 경질하고 제러미 헌트 전 외무부 장관을 신임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법인세율을 전 정부의 계획대로 19%에서 내년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는 부자 감세 취소에 이어서 두번째 정책방향 변경이다. 법인세율 동결은 3주전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면서 내놓은 미니예산 중 주요 감세정책이었다.

트러스 총리는 "미니예산 일부가 시장 예상보다 더 멀리, 빨리 나갔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처음으로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재정 규율에 관해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낮은 세금, 높은 임금, 고성장 경제를 만들고 싶다"면서도 "사람들은 안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로서 자신의 최우선 사항은 국가 이익이므로 단호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러스 총리는 콰텡 전 장관을 잃게 돼서 믿을 수 없이 유감이라고 밝히고 신임 헌트 재무장관은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과 비전을 공유한다고 소개했다.

콰텡 전 장관 경질설은 며칠 전부터 떠돌다가 이날 본인이 스스로 "총리가 물러나라고 요구해서 받아들였다"고 트위터에 밝히면서 최종 확인됐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콰텡 전 장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자리를 지킬 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일정을 단축하고 이날 서둘러 돌아왔다.

트러스 총리 취임과 함께 재무 장관에 오른 그는 38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단명한 재무장관 기록을 남겼다. 최단명 장관은 1970년 취임 30일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언 매클라우드다.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은 같은 해 의회에 진입한 뒤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번에는 선거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함께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미니예산 발표 후 영국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트러스 총리가 취임 한 달도 안돼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자 이들 관계에 바로 금이 갔다.

재정전망 없이 450억파운드(72조원) 규모의 감세안이 나오자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해서 결국 중앙은행이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해 수습에 나서야 했다.

최고 소득세율 45%를 되살린 후에도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심지어 당내 쿠데타에 가까운 움직임이 나오자 트러스 총리는 결국 생존을 위해 콰텡 전 장관을 내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을 기용한 것은 반대파를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현지 정가와 언론은 해석한다.

신임 제러미 헌트 재무 장관은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의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지지했다.

헌트 장관은 2019년 당 대표 선거에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마지막까지 경합하기도 했으며 이번에도 도전했으나 경선 초반에 탈락했다.

트러스 총리의 생존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그는 이날 '왜 당신이 총리직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경제성장 공약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은 3분 30초 모두 발언과 질문 4개로 이례적으로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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