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노동운동가 출신 흑인 하원의원, 진흙 장화 신고 의회 입성

입력 2022-10-14 17:43
伊 노동운동가 출신 흑인 하원의원, 진흙 장화 신고 의회 입성

"착취당하고 굶주리는 노동자의 고통·바람·희망 대변 위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아프리카 이주민 출신의 이탈리아 하원의원이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장화를 신고 첫 출근을 했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아부바카르 수마호로(42)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 개원 첫날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뽑힌 하원의원 400명 가운데 유일한 흑인 당선자다.

그는 반이민 극우 세력이 장악한 이번 총선에서 녹색 좌파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피부색만으로도 동료 의원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는 고무장화를 신고 첫 등원 길에 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19살 때인 1999년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온 그는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을 뜨고 노동운동가로 성장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의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 등 극우 세력의 반이민·반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주목을 받았다.

노동운동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또한 진흙밭에서 일하는 농촌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그는 윤이 나는 구두 대신 장화를 선택했다.

수마호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착취당하고 굶주리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그들의 바람, 희망을 대변하기 위해 장화를 신었다"며 "현실의 진창에 발을 담그고 정신은 희망의 하늘을 향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앞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어떤 여권을 소지하든 누구나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며 차기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마호로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듯 이날 취재진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쥔 포즈를 취하고 의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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