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공공지출 삭감 없다"…장기 국채금리 20년 만에 최고

입력 2022-10-13 02:19
영국 총리 "공공지출 삭감 없다"…장기 국채금리 20년 만에 최고

BOE 국채매입조치 종료 통보…8월 성장률 -0.3%에 경기침체 우려

금융시장 불안 지속…노무라 "11월 말 전에 1파운드=1달러"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를 하면서도 공공지출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의 시장안정조치 종료 통보에 장기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는 등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트러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하원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중기적으로 나랏빚을 줄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고 대신 납세자 돈을 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트러스 총리에게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킬 것이냐고 묻자 트러스 총리는 "반드시"라고 답했다.

트러스 총리는 또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 자신의 감세안이 성장률을 높이고 물가 상승률을 낮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달 영국 정부가 430억 파운드(약 68조원) 규모의 감세안이 담긴 미니예산을 내놓은 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결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파생상품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연기금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보유 자산을 대거 투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중앙은행이 긴급 시장개입에 나서야 했다.

트러스 총리의 이날 발언은 영국 정부가 감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관한 의문과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전날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와 투자은행 씨티는 영국 정부가 국가채무를 유지하거나 줄이려면 600억파운드(95조원) 규모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더 타임스는 트러스 총리의 발언은 그가 감세안을 일부 철회하거나 연기할 것이라는 의혹을 품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하원에서 에너지 요금 지원은 적극적으로 강조했지만 감세안을 방어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시장은 이날도 불안한 양상이었다.

AF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6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20년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각각 연 5.1%에 달하며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650억파운드 규모 긴급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14일에 종료한다고 최후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연기금 등에 유동성 확보를 주문하며 "이제 (종료까지) 사흘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가 BOE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이라는 신호를 은행 등에 비공개로 보냈다고 보도하면서 시장에는 잠시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자 BOE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 14일 종료 계획을 재확인했다.

BOE는 영국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회복력이 훨씬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날 금리 급등에 대응해서 하루에만 44억파운드 규모 채권을 사들이는 등 근래 최대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경제는 8월에 성장률이 -0.3%로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이미 영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운드화의 미 달러화 환율은 1.1달러 선에서 움직였지만 노무라 증권에선 11월 말까지 1파운드 가치가 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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