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러 병합투표 인정 못 해" vs 北 "러 지지, 자결권 존중해야"(종합)

입력 2022-10-13 07:07
수정 2022-10-13 11:59
南 "러 병합투표 인정 못 해" vs 北 "러 지지, 자결권 존중해야"(종합)

남북한, 유엔서 러의 점령지 병합시도 규탄 결의안 놓고 논리대결

南 "러,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 다하라"…北 "美, 타국 권리 침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강건택 특파원 =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4개 점령지역에서 주민투표를 한 뒤 병합을 선언한 것을 놓고 남북한이 12일(현지시간) 유엔 긴급특별총회 무대에서 찬반으로 맞서며 논리 대결을 벌였다.

한국 정부 대표는 러시아의 영토 병합 선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비판한 반면, 북한 대표는 이를 두둔하며 국제사회가 영토 병합을 인정할 것을 주장해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총회는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를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병합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발언대에 올라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정치적 독립,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러시아의 불법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고,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황 대사는 한국도 분단이라는 아픈 경험을 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한 나라의 영토를 나누려고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주민투표와 병합 선언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낸 국가는 오직 북한뿐"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황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인용한 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를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황 대사는 최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올해 초 5개 핵보유국이 방어적 목적에만 핵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대사는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대표보다 나중에 연단에 오른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해당 지역의 주민투표 결과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대조를 이뤘다.

김 대사는 "자결권은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주권과 국제 정치적 지위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합법적 권리"라며 "우리는 러시아로의 병합을 열망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지를 존중하며 이들 지역을 병합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과 서방이 과거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과거 주권 국가들을 짓밟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오늘날에도 미국은 독립 국가들의 내정에 개입하고 그들의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강압과 자의적 관행, 이중적 잣대에 따른 행동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표결에서 한국은 찬성한 반면 북한은 반대표를 행사했고, 결의안은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를 얻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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