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빅스텝에 커지는 경기둔화 압력…투자·소비 위축 우려
금리인상에 가계 이자부담↑…수출 둔화하는 와중에 소비 꺼뜨릴 수도
기업 이자비용 증가에 투자 위축…"금리인상 여파로 하방압력 가중"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한국은행이 12일 올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실물 경기 둔화 압력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마저 위축될 경우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에 대한 하방 압력도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지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커지면서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선 것이다.
이와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더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은 지난 9월에 1년 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쳐 넉 달째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전 세계 경기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현지시간)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7%로 예상하며 종전 전망치(2.9%)보다 0.2%포인트 내렸다.
특히 세계 경제의 약 3분이 1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향후 한국의 수출이 더 위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수입액은 수출액을 웃돌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00억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국내 소비마저 위축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더 빠르게 꺼질 수밖에 없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7%였는데 민간소비 기여도가 1.3%포인트였다.
수출이 3.1% 감소하며 성장률을 1.0%포인트 끌어내렸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성장을 이끈 것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 입장에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 기준 1천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가 2.25% 이하인 기업의 비율이 37.0%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이 현재의 기준금리(2.5%) 아래에서 영업이익으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기업이라는 의미다.
전경련은 기준금리가 3.0%가 되면 취약기업 수는 10곳 중 6곳(59.0%)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8월(81)보다 3포인트(p) 내린 78로 2021년 2월(76)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면서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수요의 감소로 제조업의 기업 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대내외 금리인상 여파로 경기의 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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